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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이 마약사범… ‘청정국’ 떼고 ‘밀수 기지’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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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이 마약사범… ‘청정국’ 떼고 ‘밀수 기지’ 될라

입력
2020.05.31 17:19
수정
2020.05.31 19: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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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만6000여명 적발 27%↑… 19세 미만은 전년比 67%나 증가검찰 ‘2019 마약류 범죄백서’ 발간… 검경 수사권 조정에 공백 우려

14세 미성년자까지 마약 범죄자로 단속되는 등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사범이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범죄조직이 그간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됐던 우리나라를 ‘주요 마약시장’이라고 판단, 지속적으로 밀반입을 시도하는 최근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권 조정으로 마약범죄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서 빠지게 될 경우, 향후 마약범죄가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부장 심재철 검사장)는 국내외 마약류 범죄 동향을 수록한 2019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1만6,044명으로 지난해 1만2,613명과 비교해 27.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마약은 인터넷이나 각종 채팅 앱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됐다. 마약을 구하는 게 과거보다 쉬워지면서, 19세 미만 청소년 마약사범도 전년보다 67.1% 증가한 239명으로 나타났다. 14세 마약사범도 2명이나 적발됐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신종 마약류도 늘고 있다.

검찰은 마약사범 증가의 근본 원인을 여행 증가에 따른 밀반입으로 본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생산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만 중련방 등 해외범죄조직이 우리나라를 마약류 대량 밀수 및 경유지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은 국제공조 확대하는 한편 세관과 함께 밀반입 수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검거된 밀수ㆍ밀매 등 공급사범은 지난해 4,225명으로 2018년 3,292명보다 28.3% 증가했다. 외국인 마약사범도 1,529명이 적발돼 역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압수된 마약도 2015년 97.7kg에서 2019년 361.9kg으로 370% 폭증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대만, 말레이시아 등 주요 마약국가의 수사기관과 실시간 핫라인을 구축, 한국 출국자에 대한 검색을 대폭 강화했다. 덕분에 올해 1~4월 밀수입 필로폰은 984g으로, 전년 같은 기간 23kg와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 검찰은 앞으로도 국제공조를 통해 해외에서 들어오는 마약 공급을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검찰이 마약범죄 수사에서 손을 떼게 될 경우, 마약 밀수입 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 동안 마약범죄는 밀수입 단속ㆍ수사는 검찰이, 국내 유통 및 투약 사범 단속ㆍ수사는 경찰이 하는 구조였다. 상대국이나 세관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마약이 반입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검거하는 이른바 ‘통제배달’ 수사도 활용됐다. 실제 지난해 기준 투약 등 전체 마약사범 단속은 경찰(65.2%)이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밀수사범 단속의 경우 검찰(60.3%)이 경찰(39.7%)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분야에 마약 수사도 포함돼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마약수사는 경찰이 투약이나 국내 유통사범을 검거하고, 검찰이 국제 밀반입을 맡는 구조로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며 “수사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검찰의 직접수사를 제한할 경우, 범죄 단속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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