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남미,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다 해도 금융 불안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코로나19 충격에 맞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풀어 놓은 막대한 유동성이 회수되는 과정에서 ‘긴축발작(taper tantrum)’ 충격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국제경제부는 31일 해외경제포커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신흥국 리스크 점검’을 통해 “주요 신흥국에서 재정건전성과 외화유동성 등 사정이 악화되고 있으나 단기간 내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코로나19 진정 이후에도 신흥국 경제에는 리스크가 상존한다”며 긴축발작을 대표적인 위험으로 지적했다.
긴축발작이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등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푼 돈을 다시 흡수하는 과정에서 신흥국에 있던 자금이 우선적으로 빠져나가 통화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에도 선진국들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난 뒤, 풀었던 자금을 회수하게 되면 투자자들이 주요 신흥국에 투자했던 자금부터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자금 이탈로 환율이 급등(통화가치 하락)하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고 중앙은행은 이로 인해 금리인하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대응으로 빚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런 충격이 닥치면 추가적인 재정 지출 여력도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브라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비율이 100% 수준까지 오른 상태다. 보고서는 또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국제 식량 공급망이 충격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식량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식료품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한은은 코로나19가 단기간 안에 신흥국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게 봤다. 국제 수요 둔화, 교역 축소, 내수 충격이 발생했지만, 신흥국 은행의 경우 자본건전성이 대체로 높게 유지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손실을 흡수할 여력이 있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연준 등 선진국 중앙은행도 꾸준히 자금을 공급하고 있어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됐기 때문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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