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시스템 오류 발생했다며 마감 후 보완 시간 줘
일부 대학 “기한 내 완성 못한 곳에 기회” 공정성 문제 제기
올해 9월부터 7년에 걸쳐 석ㆍ박사 대학원생과 박사급 연구원 1만9,000명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정부사업이 대학별 신청서 마감 후 수일이 지나서야 사전 공지에 없던 ‘신청 서류 보완기간’을 두는 일이 벌어졌다. 사업을 주관하는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은 특별한 설명 없이 이 사실을 대학들에 공지했다 문의가 빗발치자 뒤늦게 지난 28일에야 신청서 온라인 입력 프로그램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설명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해 빈축을 샀다. 일각에서는 특정 신청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시간을 벌어줬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재단의 섣부른 사업 운영으로 불필요한 공정성 시비까지 일고 있는 셈이다.
31일 대학가에 따르면 정부 ‘4단계 두뇌한국21(BK21) 사업’ 신청접수가 지난 15일 마감됐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신청서를 낸 대학에 한해 6월 1일까지 서류를 수정, 보완해도 좋다는 공고가 내려왔다. 한 대학 관계자는 “분야별 마감일이 애초 4월 23, 24일이었는데 정부가 두 차례나 마감 시한을 연장하더니, 마감 후 뜬금없이 신청서를 보완해도 좋다는 공지를 내려 보냈다”라며 “애초 공정성이 중요하다며 마감시한 엄수를 강조하더니 정부 스스로 공정성을 훼손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6일 교육부는 ‘4단계 BK21 사업’을 공고했다. 연 4,080억원, 7년간 2조9,000억원을 들여 분야별 연구단 401개, 연구팀 174개의 석ㆍ박사 연구원 1만9,000명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애초 3월 10일까지 사전 신청서를 접수하고 분야별로 4월 16일 또는 17일부터 23일 또는 24일까지 본 신청서 접수를 마감한다고 공지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학별 회의 자재, 재택근무 상황 등을 고려해 사전 신청서 마감은 3월 20일, 본 신청서 마감은 5월 7, 8일로 미뤄졌다. 하지만 이후 신종 코로나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올라가며 본 신청서 마감일이 다시 같은 달 14, 15일로 한 차례 미뤄졌다.
문제는 본 신청서 접수 직후부터 발생했다. 온라인 신청서 프로그램에 각종 오류가 발생하며 입력 자체가 안 되거나, 입력된 파일의 PDF전환이 불가능했던 것. 한국연구재단은 온라인 신청서류를 모두 PDF로 전환해 입력해야 한다고 대학들에 공지했다. 관련 문의가 빗발치자 재단은 4월 16일 ‘사업신청서 접수 시스템 오류발생시, 시스템 화면 캡처 후 각 사업분야별 담당자 이메일로 송부하라’는 공지를 내렸고 이후 수 차례 시스템 오류에 관한 공지가 BK21홈페이지에 실렸다.
한 대학 관계자는 “마감일 이후 갑자기 신청서 내용을 재수정하라는 공지가 내려왔다”라며 “입력한 숫자는 고칠 수 없지만, 세부 연구 같은 본문은 고칠 수 있게 공지해 마감기한 내 연구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대학이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7일 돌연 ‘사업 신청서의 정확성 제고를 위해 오류 수정보완기간을 운영한다’고 공지했던 한국연구재단은 대학가에서 ‘특정 대학 몰아주기냐’는 의혹까지 불거지자 28일에야 ‘시스템 불안정으로 인해 오입력된 내용을 수정 보완하게 한다’며 문제를 인정한 것이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입력 시스템 오류에 한해 확인 작업을 하는 것”이라며 “(연구실적ㆍ연구소 목표 같은) 정성입력 항목도 수정 가능하나, 사유서를 첨부한 공문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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