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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일 만에 땅으로… 삼성 해고자 김용희 “노동자 고통 사회에 닿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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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일 만에 땅으로… 삼성 해고자 김용희 “노동자 고통 사회에 닿길”

입력
2020.05.29 19:51
수정
2020.05.29 23:5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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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가운데)씨가 29일 오후 355일간 서울 강남역 인근 철탑에서 이어온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와 소회를 전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가운데)씨가 29일 오후 355일간 서울 강남역 인근 철탑에서 이어온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와 소회를 전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61)씨가 서울 강남역 사거리 철탑 위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355일 동안 이어온 고공농성을 29일 마무리했다. 삼성 측과 명예복직, 개인보상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며 김씨는 25m 높이의 철탑 위에서 해방됐다.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공대위(공대위)’는 이날 오후 6시 김씨가 고공농성을 한 강남역 사거리 교통 폐쇄회로(CC)TV 철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성 종료를 밝혔다.

공대위 대표인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달 29일부터 한 달간 계속된 삼성과의 협상 끝에 전날 오후 최종 타결했다”면서 “삼성 측이 김용희씨 명예회복을 위한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고 명예복직, 보상을 해주기로 합의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1982년부터 창원공단의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근무했다. 1995년 5월 말 해고 뒤 “경남지역 삼성노동조합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삼성을 상대로 투쟁을 이어왔다. 수년간 사과와 명예복직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했고, 지난해 6월 10일에는 강남역 삼성사옥 앞 철탑 위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회사에 다녔다면 정년을 맞았을 ‘2019년 7월 10일’을 한 달 앞둔 때였다. 고층 빌딩 사이에 우뚝 선 철탑 꼭대기에서 김씨가 생활한 원형 공간은 0.5평 정도에 불과하다.

기자회견 도중인 오후 7시 10분쯤 소방 사다리차를 타고 철탑에서 내려온 김씨는 아래서 기다리던 이들이 건넨 꽃다발을 받아 안았다. 체력 저하로 휠체어에 탄 김씨는 “해고 이후 처절한 고통 속에서 신음하면서 사법부와 행정부, 입법부를 발이 닳게 찾아 다녔지만 모두 눈을 돌렸다”라며 “목숨을 걸고 철탑에 올라서라도 해고노동자의 삶과 고통이 조금이라도 사회에 닿기를 바랐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씨는 “현재도 매일 많은 노동자들이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자를 기계 부품 보다 못한 존재로 평가하는 경영자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투쟁을 통해 삼성이 새로운 노사문화 패러다임을 정착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면서 “사회 곳곳에 여전히 존재하는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29일 오후 355일 간 서울 강남역 인근 철탑에서 이어온 고공농성을 마치기 직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김영훈 기자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29일 오후 355일 간 서울 강남역 인근 철탑에서 이어온 고공농성을 마치기 직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김영훈 기자

삼성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김용희씨에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했고, 김씨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대국민 사과를 하며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고 시민사회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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