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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덕분에 체육복 입고 학교 가요”…학생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입력
2020.05.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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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콜콜Why]코로나 이후 접촉 줄이려 일부 학교 체육복 등교 허용 

 불편한 교복에서 시작된 논란…편한 교복 어디까지 왔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차례 연기됐던 개학이 시작된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창덕여고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차례 연기됐던 개학이 시작된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창덕여고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20일부터 고3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등교개학이 실시되고 있죠. 이와 함께 나타나는 여러 풍경 중 학생들의 환호성이 들려 눈길을 잡아 끈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체육복 등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로 접촉을 줄이기 위해 일부 학교에서는 교복 대신 체육복을 입고 등교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요. 지금도 이를 허용하지 않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울상을 짓고 있죠.

어째서 학생들은 체육복 등교를 원하는 걸까요, 또 왜 학교에서는 왜 체육복 등교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코로나19에 체육복 등교를 허용해줬다고? 

여러 중ㆍ고교가 학생들에게 보낸 등교 개학 관련 복장 공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여러 중ㆍ고교가 학생들에게 보낸 등교 개학 관련 복장 공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대표적으로 대전과 세종, 충남교육청은 27일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생의 등교를 앞두고 학교체육 활동 가이드라인을 각 학교에 배포했는데요. 체육수업이 있는 날은 체육복 등교를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탈의실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접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죠. 이외에도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면서 각 학교 재량에 따라 체육복 등교를 허용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학생들이 각 학교 조치를 공유하며 체육복 등교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데요.

감염병 확산 예방 차원에서 시행되는 조치지만 학생들은 다른 의미에서 이를 반기는 모습입니다. 그 동안 금지됐던 체육복을 마음껏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죠. 한 누리꾼은 “한번도 합법적으로 체육복 등교를 해본 적이 없는데 드디어 해본다”라며 “코로나19가 세상을 다른 의미로 바꾼다”(aB****)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온라인에서는 “체육복 등교 금지였는데 너무 좋다”(oi****), “우리 학교는 생활복도 없는데 드디어 체육복 등ㆍ하교를 허용해줬다”(S****), “체육복 입고 등교했는데 삶의 질이 달라지는 기분이다”(ga****)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학교 별로 체육복 사진을 올리며 서로 자랑하는 모습도 나타났고요.

반면 체육복 등교가 허용되지 않은 학교 학생들은 “다른 학교는 체육복 등교해도 되는데 왜 우리는 교복이냐”(W****), “우리 학교도 체육복 등교를 했으면 좋겠다”(ti****), “체육복 등교해도 벌점 안 받고 싶다”(ma****) 등의 의견을 남기며 한탄하기도 했어요.

 왜 체육복을 입고 싶어 하는 거야? 

서울 은평구 한 여고 학생들이 체육복 등교 허용을 촉구하며 만든 트위터 계정. 트위터 캡처
서울 은평구 한 여고 학생들이 체육복 등교 허용을 촉구하며 만든 트위터 계정. 트위터 캡처

2018년에는 서울 은평구의 한 여고에서 학생회 게시판에 ‘체육복 등교를 허용하라’는 대자보를 쓰고 학교에 포스트잇을 붙이는가 하면, SNS를 중심으로 ‘#체육복 등교를 허용하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해당 학교는 결국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에 한해 체육복 등교를 허용하겠다”고 손을 들기도 했죠.

많은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체육복 등교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교복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각이 잡히고 신축성이 낮은 제복 형태의 교복이 많은데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치마에 스타킹을 신고 속바지까지 입어야 해 여름이나 겨울이나 불편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교복 외에 생활복을 따로 만들어 도입하는 학교도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한 경우 추가로 사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역시나 “고3인데 1학년 때 산 터질 것 같은 아동복을 입고 등교해야 한다. 어차피 오자마자 바로 갈아입는데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go****), “교복 불편해 죽겠는데 체육복 등교를 하지 말라니”(cd****) 등의 불평이 나왔는데요. 심지어 ‘꿀팁’이라며 교복 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를 입고 말아 올려 등교한 뒤 치마를 벗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학교는 왜 못 입게 하는 건데? 

서울 은평구의 한 여고 학생들이 체육복 등교 허용을 촉구하며 학교에 붙인 포스트잇들. 트위터 캡처
서울 은평구의 한 여고 학생들이 체육복 등교 허용을 촉구하며 학교에 붙인 포스트잇들. 트위터 캡처

학교 측은 왜 체육복을 입지 못하게 하는 걸까요. SNS상에서는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서 체육복 등교를 허용했다가 동네 주민이 보기 안 좋다고 민원을 넣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교복이 좋으면 한 여름에 속옷, 런닝, 스타킹, 속바지 등등 다 하고 다녀봐라”(po****)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외에 “고등학교 때 체육복 등교 금지했던 이유가 주변 주택가에서 ‘체고도 아닌데 왜 학생들이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느냐’는 내용의 민원이 들어와서였다”(zo****), “중학교 때 ‘학생은 교복 입어야지’하는 민원이 들어와서 불편하게 학교 생활을 했다”(mo****), “동네 사람들 때문에 하교할 때 생활복을 입고 나가면 경비아저씨가 블라우스로 갈아입고 오라고 돌려보냈다”(th****) 등의 경험담이 나오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학생이 체육복 입고 등교하는데 어떤 피해가 가나”(gr****), “스타킹보다 체육복 바지가 훨씬 편하고 겨울엔 덜 추운데 왜 보기 싫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W****), “체육복 입는 게 꾸미는 것도 아니고 왜 보기 싫은 거냐”(wg****) 등의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도 나타났죠.

이와 관련해 부산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실제로 체육복 등교에 대한 민원이 들어온다고 해도 학교에서 그것을 명목 삼아 교육의 방향을 맞추지는 않는다”라며 “미관상을 떠나서 체육복은 말 그대로 체육활동을 목적으로 입는 옷이기 때문에 용도에 맞게 체육시간에만 입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다만 대부분의 학교는 교복이 생활복인데, 결국 제복 형태의 교복이 불편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학생들이 그 대안으로 체육복을 입고 싶어 하는데 사실 교복만 편하다면 이런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주문한 교복 개선… 어디까지 왔나 

문화체육관광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화체육관광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실 교복이 불편하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요. 앞서 2006년과 2014년에 걸쳐 반바지와 후드티를 교복으로 도입한 서울 한가람고가 주목을 받은 바 있죠.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교복을 편하게 바꿔달라’는 취지의 글이 수백 건 올라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교복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어요.

이후 6ㆍ13 지방선거에서 많은 교육감 후보들이 교복 개편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고요. 이후 각 지역에서 ‘편한 교복 태스크포스(TF)’ 등의 팀이 만들어지고 교복 개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죠. 하지만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상 교복은 학교 자율로 결정하게 되어있어요. 결국 학교와 학부모, 학생의 협의가 이뤄져야만 도입할 수 있는 것인데요.

다행히도 점차 일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편한 교복을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여학교임에도 기본 교복을 치마가 아닌 바지로 규정하고, 상의도 블라우스가 아닌 티셔츠 형태로 입는 곳이 늘어나고 있죠.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지난 5일 정형화된 성역할을 탈피하고 내구성과 기능성을 갖춘 편한 한복교복을 선보이며 시범 보급할 중ㆍ고등학교 20개교를 공모한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편한 교복에 대한 교육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학생들에게서 더 이상 “체육복 입고 학교 가게 해주세요”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 날이 얼른 오길 바라봅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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