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ㆍ국방부 작업 진행…“노후 미사일 교체, 장병 복지 시설물 반입”
주한미군과 국방부가 경북 성주 주한미군기지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미사일을 29일 새벽 기습적으로 교체했다. 군 당국은 노후 미사일 교체 차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점이 미묘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홍콩 국가보안법 등을 두고 미ㆍ중 양국이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중국이 예민해 하는 사드 문제가 갑자기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중국에 사전 설명을 했다고는 하나 중국이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어제(28일)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주한미군 성주기지에 대한 지상수송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성주기지는 기존 골프장 시설을 대규모 개선공사 없이 사용해 장병들의 생활 여건이 대단히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들의 건강, 위생 및 안전 등을 보장하기 위한 일부 시설물 개선공사와 사드 체계 일부 장비의 성능 보장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해 노후장비 교체가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수송작전은 전날 오후 10시쯤 시작돼 이날 오전 7시쯤까지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 등이 반발하기도 했지만 큰 충돌 없이 수송은 마무리됐다.
국방부는 교체된 장비에 노후화한 발전기, 데이터 수집을 위한 전자장비, 운용시한이 넘은 일부 요격미사일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사일 발사대가 새로 반입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요격미사일은 기존 미사일과 같은 종류, 동일한 수량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교체됐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추진 중인 사드 성능 개량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번 수송작전은 사드 체계 성능 개량과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드 장비 업그레이드나 추가 발사대, 새로운 장비 반입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한밤에 기습적으로 사드 미사일을 수송한 것을 두고 추가 발사대 설치나 성능 개량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일었다. 하지만 최 대변인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인적 접촉을 줄이고자 야간에 추진했으며, (시위대 등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안전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수송작전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말고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방해하지 말라”면서 “사드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중국은 앞서 2017년 4월 사드를 한국에 배치한 데 대한 반발로 한국 대중문화 유입과 한국 여행을 막는 한한령(限韓令)을 내리고, 중국 진출 기업을 규제하는 등 간접 보복에 나선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나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 가입 등은 하지 않고, 한미일 안보협력 관계를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3불(不) 입장을 제시해 중국의 분노를 달랬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올해 초 지원을 요청했고 국방부가 관계 부처와 협의한 뒤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하면서도 사드 추가 배치나 성능 개량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했다. 특히 외교부와 국방부 라인을 통해 중국 측에 사전 설명을 했고 이에 대해 중국 측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사드 미사일 교체는 상당 기간 준비가 필요해 최근 상황에 따른 전략적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중 갈등이 불거지고 나서 중국이 한국에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는 추세”라며 “게다가 정부가 중국에 사전설명을 한 부분도 중국이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받아들여 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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