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시위 355일만에 하늘에서 내려온 삼성해고자 김용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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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시위 355일만에 하늘에서 내려온 삼성해고자 김용희씨

입력
2020.05.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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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뉴구세요?]노조 조직했다 성추행ㆍ간첩 누명 해고 

 김씨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삼성에 맞선 25년의 투쟁사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통 폐쇄회로(CC)TV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 씨가 지상에 있는 삼성 해고자 고공 단식 농성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 집회 참가자와 전화 통화를 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항공에 다니며 경남 지역 삼성노조설립위원장으로 활동하다 해고된 김용희(61)씨. 이후 그는 삼성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명예 복직, 해고 기간 임금 배상을 요구하며 최후의 투쟁 수단으로 고공농성을 선택했는데요. 지난해 6월 10일 강남역 사거리 철탑 위에 오른 지 355일만인 29일 드디어 땅을 밟는다고 합니다.

이 사실은 임미리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 대표가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용희 동지가 오늘 내려온다”라고 밝히면서 알려졌는데요. 임 대표는 “삼성과 합의문을 작성했고 이날 오후 6시 강남역 2번 출구 철탑 밑에서 기자회견을 갖겠다”라며 “지지ㆍ연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강남역 사거리,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죠. 고공시위와 함께 수 차례 단식 투쟁도 병행해오면서 김씨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인데요.

무엇이 1년에 가까운 긴 시간을 0.5평 남짓한 25m 높이의 철탑 위에서 보내도록 한 걸까요. 김씨가 철탑에 오르기 전 삼성그룹 해고노동자 복직투쟁위원회를 통해 남긴 글을 살펴보면 그 시작은 무려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노조 조직에 성추행 누명…당시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의 문재인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2년 삼성항공에 입사한 김씨는 1990년 3월부터 경남 지역 삼성노동조합 설립위원장을 맡아 독립적인 노조를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합니다. 김씨에 따르면, 이후 같은 해 7월 김씨는 신원불상의 폭력배들에게 각목 테러를 당하고, 12월에는 삼성의 과장과 부장에게 15일 동안 납치돼 ‘노조를 포기하라’며 갖은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는데요.

김씨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며 노조를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직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죠. 이듬해 3월 28일 첫 노조 총회가 열리던 날, 김씨는 사복 경찰관 2명에게 영장 없이 체포돼 같은 날 오후 삼성에서 징계해고 됩니다. 사유는 여사원 성추행이었는데요. 사실 그 여성은 먼저 김씨를 찾아와 ‘상관에 의해 성폭력을 당했는데 폭로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던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억울한 김씨가 당시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의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었습니다. 피해 여성은 이후 삼성의 압력으로 거짓말을 했다며 “그런 사실이 없다”는 진술서를 공증해줬는데요. 이 진술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법원에 증거로 제출되지 않습니다. 항소심에서는 ‘해고 원인이 된 성추행 사건이 피고 회사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죠.

이후 문 대통령의 당시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 김씨에게 사과와 함께 공증서를 돌려줬다고 하는데요. 사무장은 “대법원에 상고해 공증서를 제출하면 100% 승소할 수 있으니 무료로 대리 상고해 주겠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부당해고의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은데다, 그 동안 재판출석 통지ㆍ요청 등도 없었다는 점에서 신뢰가 깨져 이후 홀로 소송을 진행했다는데요. 김씨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청와대 앞에서 119일 노숙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간첩 누명에 두 번째 해고…“죽음으로라도” 철탑에 오르다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통 폐쇄회로(CC)TV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 씨를 만나기 위해 삼성 해고자 고공 단식 농성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 관계자가 소방 사다리차를 이용해 철탑으로 접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4년에는 결국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김씨가 삼성과 합의, 1년 동안 삼성종합건설 러시아 스몰렌스키 지부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잠시 복직하게 되는데요. 노조 활동가에게 적절치 않은 인사과로 발령을 낸 뒤 삼성은 김씨를 간첩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러시아에 구금돼 한국대사관 국가안전기획부의 조사를 받은 김씨는 결국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지만, 이듬해 한국으로 돌아온 후 또 다시 삼성에서 해고됩니다.

김씨는 삼성이 당시 국내 입국한 김씨에게 “삼성 관련 모든 활동을 접고 사표를 쓰면 당장 10억원을 주고 아니면 테크윈으로 근무지를 변경하겠다”고 압박했다고 말하는데요. 김씨는 테크윈 출근을 선택했지만 노조 활동 포기 각서 작성을 종용받으면서 다시 복직투쟁을 병행했습니다. 삼성은 이후 김씨의 주장에는 대응하지 않고 ‘러시아에 있던 계열사는 더 이상 삼성그룹 소속이 아니다’라고만 답변했죠.

삼성은 노조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업무에 복귀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는데요. 이렇게 시작된 투쟁이 25년 동안 이어져 온 것입니다. 그 동안 삼성은 김씨를 공갈죄 등으로 고소, 김씨는 두 차례 서울구치소에 구속돼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는데요. 문 대통령 취임에 맞춰 2차 단식투쟁을 하다 119일 째 쓰러질 때까지만 해도 삼성 측과 단 한번의 협상도 해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삼성은 김씨의 가족들을 대상으로도 시위 중단을 권유하며 압박했다고 합니다. 투쟁을 만류하던 김씨의 아버지는 ‘삼성과 싸우지 말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는데요. 아직도 그의 아버지는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어머니는 김씨가 수감돼 있을 때 뇌경색 진단을 받아 유명을 달리했고, 부인은 사측 간부의 부인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외출했다가 경찰관에게 성폭력을 당하기도 했죠. 아들은 불안정한 가정 환경에 간질 발작에 시달리고 있다는데요.

이 같은 세월을 견뎌온 김씨는 지난해 6월 10일 마지막 수단으로 철탑에 오르기로 합니다. 정상적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다면 한달 뒤인 7월 10일이 그의 정년퇴임이었지만 결국 정년을 훌쩍 넘겼죠. 당시 그는 “헌법에 보장된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이 해고 통지도 받지 못 하고, 24년 동안 급여 한 푼 받지 못하며 고통 속에 절규해야 할 만큼 큰 잘못이냐”라며 “마지막으로 해고 통지도 받지 못한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통해 무노조 왕국 이재용 부회장에게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게 해 노조를 인정하는 새로운 삼성 기업 문화를 기대하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용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25년의 투쟁, 어떤 답 들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해 12월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노조와해 혐의를 법원이 인정했는데요. 삼성전자의 이상훈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인사팀 부사장이 징역 1년 6개월 선고로 법정구속 되는 등 전ㆍ현직 고위급 임원들이 1심에서 실형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에버랜드 등 전ㆍ현직 관련자들 중 현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만 총 39명에 달하죠.

법원은 이들이 수년간 계열사와 하청업체에서 노조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고의로 방해하고 무노조 경영을 위한 공모를 해왔다고 판단했는데요. 재판부는 선고와 함께 “미래전략실에서부터 파생돼 계열사 및 자회사로 배포된 노조 와해 전략과 구체적인 시행방안 관련 문건들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꾸짖었죠.

당시 삼성은 입장문을 내 “국민들의 정서와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저희들의 노조에 대한 과거 태도를 겸허히 인정하겠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 중 “그 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라며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라고 약속하기도 했고요.

다만 이 부회장의 사과는 지난 3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의 그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뇌물ㆍ횡령죄 양형기준인 ‘진지한 반성’을 들어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는 등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경우 형량에 이를 고려하는 것이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결국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김씨와 삼성의 합의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25년 동안의 투쟁, 김씨는 삼성으로부터 어떤 답을 들었을까요.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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