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조업 생산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 소비 중심이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한국 경제의 중추인 제조업으로 옮겨 붙은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지표는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생산 6.4%↓… 2008년 12월 이후 최대폭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6.0% 감소했다. 광공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전월 대비 6.4% 급감한 영향이다. 두 지표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 12월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특히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15.6%), 자동차(-13.6%), 전자부품(-13.9%) 생산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제조업 생산설비의 이용 정도를 뜻하는 평균 가동률 역시 전월 대비 5.7%포인트 하락했다. 이 역시 2008년 12월 7.2%포인트 내려간 뒤 가장 큰 하락폭이다. 가동률 절대 수준(68.6%)으로 보더라도 지난 2009년 2월 66.8% 이후 11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달 제조업 생산이 급감한 것은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 주요국으로 확산되고, 각국이 경제 봉쇄 조치를 취해 수출이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수출액은 366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5.1%나 감소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는 3월에도 이미 미국, 유럽 등에 퍼졌지만 그 전에 주문한 물건들이 선적되면서 수출 피해가 제한적이었다”며 “4월 들어 주요국 코로나19 확산이 국내 제조업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생산ㆍ소매판매는 증가세 전환
반면 2, 3월 크게 감소했던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는 지난달 0.5%, 5.3%씩 늘면서 증가세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면서 내수가 2, 3월에 비해 살아났기 때문이다. 특히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 정책과 맞물려 승용차 소매판매가 7.4% 늘었고 의복(28.1%) 신발ㆍ가방(21.3%) 소비 증가폭도 컸다.
다만 서비스업과 소매판매 증가는 2, 3월 연달아 감소한 기저효과의 영향이 컸을 뿐,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2, 3월) 워낙 크게 하락한 뒤 반등한 것이라 아직 2018년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다만 5, 6월에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생활방역 전환 등으로 증가세가 확대되길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지수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
이에 따라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1.3포인트나 떨어졌다. 외환위기가 한국을 덮쳤던 1998년 3월(-2.0포인트) 이후 22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0.5포인트 떨어져 2월(-0.1포인트), 3월(-0.6포인트)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정부도 코로나19 경제 충격의 ‘제조업 전이’ 현상을 주의 깊게 주시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위기가 내수 위축을 통해 서비스업 위기로, 다시 글로벌 확산을 거쳐 제조업 위기로 전이되는 모습”이라며 “경제위기도 방역처럼 우리가 먼저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하반기 경제회복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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