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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의 기적…연세의료원 315억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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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의 기적…연세의료원 315억 모금

입력
2020.06.01 01: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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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468명 기부… 100만원 미만 소액기부자가 76% 차지해 4,894명 

 지난해 315억4,742만원 답지…국내 의료원 모금한 연간 기부금 중 최고액 

 “다시 힘내 살게 됐다” … 지원 받은 환자들 기부자들에게 감사 전달 

지난해 4월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기부감사의 밤’ 행사에서 윤도흠 연세의료원장(단상)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제공
지난해 4월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기부감사의 밤’ 행사에서 윤도흠 연세의료원장(단상)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제공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부실관리 의혹 사태로 온정의 손길이 위축되는 가운데 지난해 연세의료원으로 답지한 기부금 총액이 3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의료원이 모금한 연간 기부금 규모로는 역대 최고액으로, 전체 기부자 중 4분의 3가량은 100만원 미만 소액 기부자들로 그 의미를 더했다.

31일 연세의료원은 전날 발간한 ‘기부금 연차보고서’를 통해 2019년 기부금으로 총 315억4,742만원이 모금됐다고 밝혔다. 300억원이 넘는 기부금이 조성된 원동력은 소액 기부자들이었다. 기부를 실천한 6,468명 중 100만원 미만의 기부자는 4,894명으로 전체의 76%에 달했다. 1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 기부자는 995명, 5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은 172명, 1,000만원 이상~5,000만원 미만은 289명,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은 51명, 1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은 62명, 10억원 이상은 5명이었다. 작지만 모여서 큰 힘이 되는 소액기부의 진가를 드러낸 셈이다.

기부금의 절반 가까이(45.8%)가 개인과 환자들의 정성으로 모아졌다는 점도 의미가 컸다. 의료원에 따르면 단체나 기업이 아닌 개인과 환자들이 지난해 병원에 맡긴 기부금은 144억 5,000만원에 달했다. 기부에 동참한 개인과 환자는 1,411명이다.

6,468명에 달하는 기부자들마다 각자 기부에 동참한 사연이 없겠냐 만은, 지난해 4월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암센터에 1억원을 맡긴 박만식(47)ㆍ최주희(45)부부가 기부를 결정한 사연은 심금을 울린다. 부부가 의료원에 기부를 한 4월 9일은 2017년 8월 1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딸 기령의 생일.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던 기령이는 2015년 뇌종양이 발병해 2년간 항암ㆍ방사선치료, 자가조혈모세포이식까지 시도했지만 결국 부모 곁을 떠나고 말았다. 이들 부부는 “비록 우리 아이는 떠났지만 환아들이 잘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라며 “기부금이 뜻 깊게 사용되면 의사를 꿈꿨던 기령의 소망이 조금이라도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아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부부는 1억원의 기금을 기령의 이름으로 병원에 맡겼다.

기부를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기부자도 적지 않다. 서울 용산구 소재 우태하한승경 피부과 원장인 한승경(65) 연세대의대 총동창회장은 지난 2005년 별세한 장인인 고 우태하 박사의 영향을 받아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우태하 박사는 1956년부터 1975년까지 연세의대 피부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시판 화장품의 안전성을 검증하는데 필요한 피부첩포시험을 개발ㆍ보급하는 등 국내 피부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한 회장은 “(박사께서) 생전에 자신이 연대의대에 빚을 많이 졌다고 말씀하시곤 했다”라며 “2004년 세브란스병원에 10억원을 기부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아 기부를 실천하기로 마음 먹게 됐다”고 말했다. 한 회장이 지난해까지 연세의료원에 기부한 누적 기부금은 총 10억원. 그는 “돈이 생기면 매달 의료원에 기부를 한다”며 “엘리트인 의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부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말만 하지 말고 일단 기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부를 하면 즐거워지고 삶의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부의 의미가 점차 옅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십시일반으로 모여진 기금은 많은 부분 기부자들의 뜻에 따라 병상에서 싸우는 환자들에 전해졌다. 출생 후 연소성 류마티스성 관절염을 진단받고, 시력저하와 함께 희귀난치병인 베체트병마저 앓고 있는 임가희(가명ㆍ17)양의 어머니 김모(44)씨는 “한 달 약값비용만 200만원이 넘는데 기초생활수급비로 감당할 수 없었다”며 “지난해 의료원에서 2,000만원을 지원해줘 아이는 물론 가족들이 다시 힘을 내 살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씨는 “5년 넘게 우리 딸을 치료하면서 기부금 지원을 받기 위해 애써주신 안종균 세브란스병원 소아감염면역과 교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종원 대외협력처장은 “여러분의 기부금은 병원ㆍ의대발전은 물론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사용된다”며 “건강한 기부문화, 선진 의료기부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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