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가 잇따른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15년 넘게 한국 시장에서 자리해 온 업체가 실적 부진에 짐을 싸서 철수한 데 이어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당한 기업까지 나오면서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수입차 시장이 더 위축된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닛산 본사는 글로벌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인도네시아와 스페인 공장을 폐쇄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약 7조7,185억원)를 기록하면서 들어간 구조조정의 연장선이다.
닛산의 한국 철수는 지난해 7월 ‘한일 무역전쟁’ 이후 일본차 불매운동 영향이 컸다. 닛산, 인피니티 브랜드는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 연속 판매 감소세를 이어왔다. 닛산은 지난해 7월 신형 ‘알티마’를 출시했지만, 불매운동 여파로 신차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인피니티는 올 1월 단 한대 밖에 팔지 못하면서 수입차 업계의 최하위로 떨어졌다. 1,000만~1,500만원의 할인 행사에도 무용지물이었다. 지난 2004년 한국법인을 설립한 닛산이 16년 만에 철수한 배경이다.
일본차 업계의 한국 시장 철수는 닛산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스바루’, 2013년 ‘미쓰비시’도 판매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우리나라를 떠났다. 전문가들은 도요타와 혼다의 한국 시장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두 회사도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올해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50~60%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 높은 성장을 기록 중인 독일차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7~28일 수입차 업계 1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본사는 3만여대의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아우디·폭스바겐이 2015년 ‘디젤게이트’ 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지 약 5년 만에 또 다시 배출가스 조작이 불거진 꼴이다.
환경부는 앞서 벤츠가 C200d 등 2012~2018년 국내에서 판매한 경유 차량 12종, 3만7,154대에 배출가스 조작 프로그램 설정 사실을 확인하고 이달 초 검찰에 고발했다. 또 인증 취소, 리콜 명령을 내리고 7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벤츠코리아 측은 환경부 결정에 동의하지 않고, 불복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벤츠 경유차는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의 요소수 사용량을 감소시키거나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 가동률을 낮추면서 배출가스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SCR 요소수 사용량이 줄어들거나 EGR 작동이 중단되면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이 과다하게 배출된다. 적발된 벤츠 경유차가 주행할 때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은 실내 인증 기준(0.08g/㎞)의 최대 13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환경부는 파악했다.
수입차 업계에선 자칫 최근 개별소비세 인하 등 내수진작 정책으로 형성된 상승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공장 폐쇄 여파가 5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닛산의 철수나 벤츠의 압수수색과 같은 일들로 수입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도 커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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