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방선거 때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캠프에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중고차매매업체 대표 장모(62)씨가 10여년 전에도 이번 사건과 구조가 매우 흡사한 사건에 휘말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가 예전부터 사업상 목적을 위해 울산시장 측에 줄을 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평가된다.
29일 본보가 확보한 판결문 등에 따르면 장씨는 2009~2012년 박맹우 당시 울산시장(한나라당)이 명예회장을 맡던 초등학교 동창 친목회 임원들을 대상으로, 박 시장에게 청탁해 달라는 명목으로 3억 9,000만원을 보냈다. 당시 장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자동차 경매장을 복합시설로 용도 변경해 줄 것을 바랐다.
이번에 송 시장 캠프에 뇌물을 제공한 의혹에서도, 장씨는 자동차 경매장으로 등록된 바로 그 부지를 용도변경 해 달라고 청탁한 의혹을 받는다. 로비의 대상(해당 부지)과 목적이 10년 전 사건과 일치하는 것이다. 다만 장씨가 이번 사건에서 뇌물공여 피의자로 입건된 것과 달리, 당시 사건에서는 사기 사건 피해자 취급을 받았다. “박맹우 시장에게 부탁을 해줄 수 있다”고 큰소리치며 돈을 챙겼던 사람들은 실제로는 그럴 의사도, 능력도 없었다. 당시 장씨가 준비한 수억대 로비자금은 실제 시장에게 전달되지 않고 브로커를 거치며 증발된 셈이다.
10년 전 사건의 구조와 성격을 보면, 장씨가 오랫동안 영업부지 용도를 변경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음을 엿볼 수 있다. 장씨가 이토록 사업장 용도변경에 목맨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경매장 외 용도로 부지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땅값이 급등할 것을 노린 것 아니냐는 등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10년 전 사건과 달리 이번에는 시장 선거 캠프에 직접 뇌물이 흘러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장씨가 2018년 지방선거 직전 송 시장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모(65)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상임고문에게 2,000만원을, 올해 4월에는 3,000만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다만 법원이 전날 김씨와 장씨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이 두 사람 간의 자금흐름이 ‘뇌물’이었는지를 밝히는 일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사자들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씨 측 변호사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끝난 뒤 “2,000만원은 김씨와 장씨 모두 받은 적도, 준 적도 없다”며 “3,000만원은 장씨가 김씨 동생에게 빌려준 돈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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