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 재조사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는 상황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 관행에 문제가 있다면 예외 없이 조사해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 등 당시 사건 관계자들에게 검찰이 특정 진술을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 법무부 차원의 조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추 장관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만호 비망록’을 언급하며 “적어도 (검찰 수사관행) 부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하면 예외 없이 한번 조사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비망록이 재판에서 다뤄졌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보지 못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며 “이미 문제가 있는 수사 방식 중 하나로 이것도 떠올랐다면 예외 없이 조사는 해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의 발언은 이미 대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한 전 총리의 혐의를 다시 조사하자는 것은 아니고, 당시 검찰 수사 방식의 적절성에 국한해 조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추 장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한 전 총리 사건의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한 전 대표와 구치소 동료 수감자들이 특정한 진술을 강요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 사건의 재조사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 전 총리 역시 “결백하다”는 입장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월부터 9월 초순까지 한 전 대표에게 세 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1년 1심에서 무죄, 2013년 2심에서는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 전 대표는 검찰 수사에서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지만, 법정에서 이 진술을 뒤집었다. 검찰 진술과 법정 진술 중 어느 쪽이 더 신빙성이 있느냐를 두고 1ㆍ2심이 엇갈린 상황에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객관적 자료가 한만호의 검찰 진술을 뒷받침한다”(다수의견)며 유죄를 확정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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