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겸한 회동을 했다. 2018년 11월 이후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첫 청와대 만남이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둔 상황이라 2시간 36분 동안 이어진 회동에선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고 한다. 하지만 국회 원 구성 협상과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구체적 합의나 결과물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날 회동이 어땠는지 알아보기 위해 청와대팀과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사령탑을 청와대로 초청했습니다. 성사 과정이 궁금합니다.
오늘은 언해피핑크(언해피)= 회동 성사 과정은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습니다.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에 여야 원내대표와 청와대 인사 등이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이 자리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주 원내대표를 만나 문 대통령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이에 주 원내대표가 흔쾌히 응하면서 성사됐다고 합니다.
연두 담쟁이(담쟁이)=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2018년 11월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 이후 1년 6개월(566일) 만이라고 해요. 21대 국회의 원내 전략을 이끌 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중요한 손님일수밖에 없죠. 물론 대통령 입장에선 공룡여당의 압도적 힘에 기댈 수도 있지만 순탄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야당 원내대표의 협력을 미리 약속 받아두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죠. 문 대통령이 두 사람에게 “국회가 제때 열리면 업어드릴게요”라고 한 농담에서도 이런 속내가 묻어났습니다.
돌아봐= 대화 테이블에 올랐던 현안은 무엇인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 문 대통령은 주로 코로나19 사태 극복, 권력기관 개혁 등과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탈원전 정책부터 북한 비핵화 문제까지 여러 현안을 두루 짚었습니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이뤄진 첫 만남인 만큼 탐색전 성격이 없지 않았던 듯합니다.
담쟁이= 정말 다양한 의제가 올랐다고 해요. 미중 외교문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문제, 전국민 고용보험 문제 등도 거론됐죠. 당초 90분으로 예정했던 회동이 156분으로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도 다양한 현안을 놓고 대통령과 야당 원내대표가 의견을 나눴기 때문이었죠.
돌아봐= 문 대통령과 여야 신임 지도부 간 첫 만남이었는데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땠나요.
수박주스 처돌이(처돌이)= 화기애애했다고 해요. 김태년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브리핑에서 거듭 “분위기가 좋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맑았던 날씨에 비유해 김 원내대표가 “날씨처럼 (여야관계가) 풀려야”라고 말하자 주호영 원내대표가 “ ‘다 가져간다’ 그런 얘기만 안 하시면”이라고 얘기해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죠.
담쟁이=시종 화기애애한 가운데 ‘언중유골’도 오갔다고 합니다. 날씨 덕담과 서로간의 미덕 칭찬, 기대감을 주고 받기도 했고요. 문 대통령은 특히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주 만나 대화하자는 뜻을 적극 어필했다고 해요.
돌아봐= 정무장관직 신설을 주호영 원내대표가 제안했는데 필요성을 제기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있나요.
당나귀= 주 원내대표 본인이 이명박 정부 때 정무장관 격인 특임장관을 해봤더니 정부 입법안 처리율이 4배나 높았다는 겁니다. 야당 의원들 입장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기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니 현역 의원에게 정무장관을 맡기면 소통이 수월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또 정무장관직 신설에 드는 예산도 크지 않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라는 생각인 거죠.
언해피= 정무장관의 역할은 한마디로 ‘야당과의 소통 창구’로 요약됩니다. 보통 ‘큰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 입장에서 장관 직을 하나 더 신설하자는 주장은 얼핏 보기에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177석 거대 여당을 야당 원내대표 개인기로 돌파해 견제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대화와 협치를 통해 21대 국회를 이끌어나가야겠다는 인식이 주 원내대표 구상에도 자리하고 있는 듯합니다.
돌아봐= 청와대 회동 때마다 오찬 메뉴도 항상 관심인데 이번에는 어땠나요.
언해피= 이날 테이블에는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이 올랐습니다. 어찌 보면 정치권 회동의 단골메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문 대통령 취임 직후였던 2017년 5월 여야 5당 원내대표 첫 회동 때도 비빔밥 오찬이었죠. 구체적으로 이날 메뉴는 해송자(海松子·잣)죽, 능이버섯 잡채와 어만두, 한우 양념갈비와 더운 채소, 계절채소 비빔밥과 민어맑은탕 등 한식으로 마련됐습니다. 여름철 보양식이 잔뜩 상에 오른 것을 보고 30일 개원하는 21대 국회에 앞서 '힘내서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청와대의 속내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정릉 막걸리(막걸리)= 상에 오른 사찰음식 능이버섯잡채나 육류를 최소화한 메뉴는 국회 불자모임 회장을 역임한 주 원내대표를 배려한 것이라고 합니다. 오찬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청와대 경내에 있는 보물 1977호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독실한 불교 신자인 주 원내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하네요.
돌아봐= 정의당 원내대표가 초청 대상에서 빠진 것을 두고 정의당에서 반발이 있었죠.
막걸리= 20대 국회 때는 청와대 회동 참석 기준이 주로 ‘5석 이상 원내 정당’이었는데, 이번에 교섭단체(20석 이상)로만 국한되면서 정의당이 배제된 셈입니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단독 과반의석 확보로 ‘캐스팅보터’ 역할을 상실한 정의당의 상황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처돌이= 정의당은 21대 국회가 거대양당으로 구성되는 상황이라 자신들의 좁아진 입지를 걱정하고 있어요. 특히 처음으로 청와대와 여야 원내대표가 만난 자리에 빠지면 앞으로 여야정 상설 협의체 등에서도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정의당 한 의원은 “이렇게 논의가 양당 중심으로 진행되면 정의당의 목소리는 21대 국회 내내 주목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크다”고 하더라고요.
돌아봐= 이날 회담이 앞으로 향후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요.
담쟁이= 원 구성 신경전은 이날도 치열했다고 합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지만 양당 원내대표는 특히 ‘법제사법위원장 사수’를 놓고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죠. 그런데 이 기세가 누그러질 것처럼 보이진 않아요. 민주당은 미국의 사례를 들어 ‘상임위원장 싹쓸이’까지 거론하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반면 통합당은 미국이 상ㆍ하원 양원제인 데다가 법제실 기능이 강화돼 있는데 우리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며 정면 충돌하는 상황이에요. 양당이 국회법상 기한 내에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크지 않아 보입니다.
영등포 청정수= 회동 초반 30분이 원 구성에 관한 얘기였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이날 회담에서 딱히 논의를 진척시킨 부분은 없어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조속한 원 구성을 원론적으로 강조했지만 특별한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고 하네요. 양당 원내대표는 법사위 체계 자구 심사권을 두고 이견을 다시금 확인했는데 앞길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는 않네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