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긴 ‘천하제일 GSAT’ ...채용 시험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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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긴 ‘천하제일 GSAT’ ...채용 시험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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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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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코로나19로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30, 31일 시행

“보안 장벽 뚫으면 뚫릴지도”… 삼성 “플랜B 있으니 문제 없어”

삼성 채용 홈페이지 캡처

“양쪽 귀를 돌려가면서 화면에 비춰주세요.”

“시계 찼는지 확인하게 손목도 보여주시고요.”

감독관의 목소리에 따라 후면 카메라로 설정을 변경하고, 방 구석구석을 비췄다. 양쪽 귀를 번갈아 가며 화면에 보여달라는 지시도 흘러나온다.

심지어는 양 손목도 확인한다. 시계를 찼는지 머리 끈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응시자 강모(26)씨는 차근차근 지시사항을 따랐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뒤 이어 다른 응시자들이 같은 과정을 거치는 동안 기다려야 했다. 강씨는 노트북 화면 앞에 앉아 긴장감 속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어딘지 모르게 낯설어 보이는 이 장면은 27일 진행된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 온라인 예비 소집 풍경이다. 삼성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GSAT을 치르기로 했다. 삼성은 지난달 10일 서류 전형 결과 발표 당일 이 소식을 알렸다. 수험생 강씨는 당시 깜짝 놀랐다고 한다. “발표 전 (온라인 시험 검토) 기사가 뜨긴 했다”며 “그런데 다른 회사는 오프라인으로 입사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삼성도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집으로 배달 온 응시자 키트 안에는…

유튜브 ‘취업 정보채널 취업사이다’ 동영상 캡처

삼성이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GSAT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취업 준비생들과 기업들이 과정 하나하나를 주목했다. 응시자 김모(26)씨는 “오프라인 시험 때는 시험장 제때 가서 시험 잘 보기만 하면 됐지만 온라인 시험은 수험생들도 스마트 기기를 챙기고 시험 장소도 골라야 하는 등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졌다”고 전했다.

준비 기간은 길어졌고, 과정은 복잡해졌다. 서류전형 발표날 결과 확인창 아래에 있는 ‘추가 지원 정보 입력’ 버튼을 클릭하면 ‘검사 과정 촬영 및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 ‘‘응시 프로그램 설치 동의서’, ‘응시자 키트 배송지’, ‘신분증 사본’ 제출이 가능한 페이지가 떴다. 직무적성검사 응시자용 키트를 받을 주소를 입력하고 3일~1주일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이 처음 시도하는 온라인 입사 시험의 키트라 그 내용물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블록체인이나 최첨단 신기술을 활용한 기기들이 들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키트 구성은 생각보다 단출했다.

삼성의 브랜드 컬러인 하늘색 종이 박스를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문제풀이 용지였다. 투명한 포장지에 담긴 문제풀이 용지는 감독관 지시가 있기 전까지 개봉 금지라고 적힌 보안 스티커와 함께 밀봉됐지만, 안이 훤히 보여 문항 수 짐작이 가능했다. 그 밖에는 손바닥만한 검은색 신분증 가리개와 흰색 휴대폰 거치대, 응시자 유의사항 안내서가 함께 들어 있었다.

30, 31일 이틀에 걸쳐 4번으로 나뉘어 치러지는 본 시험에 앞서 26, 27일 양일에 걸쳐 온라인 예비소집도 진행됐다. 본인 확인과 함께 시험 볼 상황이 적합한지,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응시생들은 스마트폰으로 시험 감독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했다. 앱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전면 카메라가 켜진다. 일대일 영상통화 화면처럼 보였지만 상대방은 흰 화면이고, 응시생의 모습만 확인할 수 있었다. 감독관이 다른 응시자들을 어떻게 검사하고 확인했는지는 볼 수 없었다.

감독관이 원격으로 본인 확인을 위해 얼굴을 비춰달라고 요구했다. 양쪽 귀에 이어 손목을 체크하고, 손목시계와 머리 끈을 등을 빼 달라고 했다. 그리고 후면 카메라로 바꾸고 주변을 빙 돌려가면서 책상 위, 옆, 책장에 정확하게 무엇이 있는지 확인했다. 부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시험 당일에는 이 과정을 다시 한번, 그것도 더 꼼꼼히 체크한다고 했다.

감독관 1명이 응시자 8명을 담당한다니

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 시험인 만큼 응시자들 사이에서도 삼성이 어떻게 부정 행위를 방지할지가 큰 관심거리였는데, 온라인 예비소집은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온라인 예비소집 전부터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삼성이 보안 유지를 위해 어떤 기술을 적용할지를 두고 옥신각신했다.

강씨는 삼성이 눈동자 움직임만으로 마우스를 조작하는 ‘안구 마우스’를 개발했다는 기사를 떠올리며 “(안구 마우스가) 적용되면 너무 지나치게 아닐까 짐작하면서도 삼성인데 부정 행위가 가능하겠느냐고 확신했다”라고 회고했다. 김모(26)씨도 “실시간으로 감독하고 시험이 끝난 뒤 녹화 영상을 보고 확인 과정을 여러 번 거친다고 들었기 때문에 부정 행위가 허용될까 싶었다”고 했다. 다른 응시자인 원모(27)씨는 “시험 전에는 적성 검사는 암기 과목이 아니라 애초에 커닝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예비 소집을 하고 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강씨는 “감독관 한 명이 8명을 확인한다”며 “다른 사람 검사하는 동안 작정하고 베끼려고 마음 먹으면 서랍에서 카메라를 꺼내 설치한다거나 투명한 책상 밑에 종이를 끼워 넣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부정 행위를 해도 감독관이 제대로 잡아내지 못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예비소집 후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삼성의 ‘방패’를 뚫을 수 있는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한 취업 커뮤니티에는 “카메라 밖에 복제 모니터를 놓고 인적성 고수를 고용해 신호를 주고받으며 시험 보면 되지 않냐”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그 시간에 공부하는 게 빠를 듯”이란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모니터만 잘 조작하면 될 듯” 같은 동조 내용도 있었다.

삼성이 이런 꼼수들을 모를 리 없다. 각종 부정행위에 대한 플랜B를 마련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삼성은 보안 프로그램(보안 솔루션)을 적용해 화면을 몰래 전환하거나 변형시키지 못하도록 했다. 이후 절차에서 추가 검증도 할 예정이다. 삼성 측 관계자에 따르면 “시험 뒤 면접에 가게 된다면 풀이과정을 재확인하거나 약식테스트 등으로 비교 검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차 더 썼어요”…직장인 응시자들은 답답

2018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대학교부속고등학교에서 열린 적성시험을 마친 취업 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처음 치러지는 온라인 시험이라 응시자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불운한 응시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는 응시자들이 불만이다. GSAT는 보통 주말에 치러지기 때문에 직장인 응시자들의 부담도 적은 편이었다. 삼성 채용의 특징은 ‘원데이 면접(면접을 하루 안에 완료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휴가를 하루만 쓰고 면접 다녀오면 끝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GSAT는 상황이 바뀌었다. 사전에 준비할 게 너무 많았다는 게 응시자들의 설명이다. 강씨 주변에도 GSAT를 응시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그는 “예비 소집을 평일에 하는 바람에 연차를 썼다는 사람들이 많았다”라며 “연차 이유를 거짓말로 하는데 눈치 보였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모니터도 신경 쓰인다. 김씨는 “시험은 작은 것 하나하나가 걸리는데 이번에는 모니터 해상도도 그 중 하나”라며 “종이 시험지보다 눈이 아플 것 같다”라고 말했다. GSAT을 준비하면서 원래 시험지나 교재에 직접 풀었다. 하지만 이번 온라인 GSAT 시험을 대비하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준비했다. 원씨는 온라인 시험에 적응하기 위해 “모니터로 시험 보는 토플(TOEFL)을 대비해 공부 할 때처럼 책을 책상 위에 놓는 것이 아니라 세로로 세워 놓고 공부한다”고 했다.

온라인 변신으로 GSAT의 중요도 줄어드나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GSAT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그동안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선 ‘천하제일 GSAT 대회’라고 불리었다. 1차인 서류 전형에서 많은 수를 합격시켜 GSAT 볼 기회를 준 다음 GSAT에서 대거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삼성에 입사하기 위해 전국의 고수들이 모여 진정한 실력자를 가리는 시험이라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삼성이 GSAT을 온라인으로 치르겠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김씨는 “취업 스터디를 같이 하는 멤버 중 나만 서류 전형에 붙었다”며 “피부로 느끼기에도 서류 전형 합격률이 크게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험이다 보니 GSAT 응시자 수를 다른 때보다 줄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정지성 이공계 취업 아카데미 렛유인 인적성 대표강사 역시 이들과 비슷하게 예측했다. 그는 “집계해 봤더니 수강생 중 서류 전형 합격률이 50%도 안됐다”라고 답했다. 대신 서류 과정에서 이전 보다 많은 학생들이 떨어져 GSAT의 경쟁률은 낮아지지 않았겠느냐는 예상들이 많다.

문송합니다… 문과생 상대적으로 유리한 언어 영역 빠져

게티이미지뱅크

게다가 온라인 GSAT으로 바뀌면서 응시 과목 수도 줄었다.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 사고(도형)’ 4개 영역에서 모든 계열사가 ‘수리논리’와 ‘추리’만 보게 된 것. 언어 과목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문과생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취업 커뮤니티에선 “문과생이라 언어랑 시각적 사고로 점수를 올렸는데 과목이 줄어들어 합격의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정지성 강사는 “수리와 추리는 다른 영역에 비해 응시자들의 실력을 가를 수 있는 변별력이 높다”라며 “변별력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수리와 추리만 풀기로 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삼성 관계자는 그러나 “언어와 시각적 사고는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 다른 채용 절차에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GSAT이 채용 시장 변화 가져 올 지 주목

삼성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온라인으로 GSAT을 보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온라인 GSAT에 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최초’ 시도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채용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삼성그룹이 방역을 고려하면서 선제적으로 채용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삼성이 문제 없이 온라인 GSAT를 마무리한다면 다른 회사의 채용 과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지성 강사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신입사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려고 하면서 응시자들의 안전까지 고려한 결정이라 수강생들 사이에서는 회사를 향한 로열티가 생겼다”고 답했다.

삼성의 새로운 시도가 공채 시장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예슬·임수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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