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을 떠나 봉화로 향하는 밤길을 달리다, 동쪽 하늘에서 짙은 어둠을 뚫고 번지는 붉은 여명을 보았다. 일출보다 앞서 세상을 물들이는 여명은 저녁노을과 닮았지만 그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석양은 지고 나면 어둠이 찾아오지만, 여명이 지나가면 빛이 도래한다. 그래서 여명을 ‘희망의 빛’이라 부른다.
주홍빛 여명이 울진을 대표하는 금강송 숲을 감싸니, 주변의 풍경이 마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그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 나는 가던 길을 멈췄다. 그러나 잠깐 스치는 바람처럼 여명은 태양빛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황홀경에 빠진 순간은 찰나였지만, ‘희망의 빛’에 둘러싸인 금강송은 잊지 못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굴곡진 역사 속에서도 굳건하고 위엄 있게 버텨온 금강송은 우리 민족의 상징목이다. 금강송의 듬직한 모습을 바라보며 이 험난한 시기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