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25억 달러 돈세탁 무더기 기소… 진짜 표적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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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 25억 달러 돈세탁 무더기 기소… 진짜 표적은 중국?

입력
2020.05.2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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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전했다.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28일(현지시간) 25억달러(한화 3조1,000억원) 규모의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북한 국적 28명과 중국 국적 5명을 기소한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미국이 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인을 기소한 최대 규모 사건이지만 사실상 이들을 송환 받을 방법은 없어 실효성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북한의 대규모 돈 세탁 과정에서 중국 은행들이 이용되고 북한 은행 지점이 여전히 중국에서 운영 중이라고 밝혀 향후 중국 은행 등에 대한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가 2월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출한 기소장을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를 계기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이날 전격 공개한 것도 중국에 대한 경고와 압박 차원으로 풀이된다.

기소장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북한의 대표 외환은행인 조선무역은행(FTB)과 이 은행을 통해 운영된 위장회사 소속으로 전 세계에 250여개의 유령 회사를 세워 미국의 금융결제시스템을 불법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돈 세탁 규모만 25억달러에 달한다. 세탁된 자금은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지원에 사용된 것으로 법무부는 판단했다. 피의자 중에는 FTB 전직 총재인 고철만과 김성의를 비롯해 전직 부총재 2명도 포함돼 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앞서 미 재무부는 2013년 FTB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고 2017ㆍ2018년 은행 관계자와 위장 회사 등도 제재 목록에 올렸다. 피의자 대부분이 이미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인사들로 이번 기소를 통해 미국 법원의 심판까지 받게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들이 북한 등에 머물고 있어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만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은 나라들에서 활동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기소에서 주목받는 쪽은 북한보다는 오히려 중국이다. WSJ는 “북한의 많은 불법 거래가 중국은행 계정을 통해 이뤄져 중국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몇몇 주요 은행들이 북한의 불법 거래 통로로 활용돼 미국이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거나 심지어 달러 결제 접근을 차단하는 이른바 ‘사망 선고(death Knell)’를 내릴 수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WP도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 은행 지점을 철수시켜야 하지만 FTB 지점이 여전히 중국 베이징과 선양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기소장에 적시돼 있다”며 “이번 사건은 중국이 북한의 불법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로 용이하게 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WP에 “중국이 기꺼이 북한의 제재 위반을 돕고 있다는 압도적 증거가 추가됐다”면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 제재를 위반한 유럽 은행들을 제재했던 것처럼 중국 은행들에 벌칙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 제재 회피와 관련, 북한의 돈 세탁에 이용된 중국 은행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는 그간 여러 차례 거론돼 왔으나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실현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 강행에 대해 미국이 여러 압박 수단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3자 제재 전면화도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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