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어선 데 대해 뒤늦게 “매우 슬픈 일”이라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다만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사과나 유감 표명 등은 일절 없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온 ‘매우 나쁜 선물’이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면서 중국 책임론을 재차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막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망자가 10만 명에 이르는 매우 슬픈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10만명을 돌파했으나, 그는 이 소식을 하루 가까이 외면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답지 않게 조용하다”(워싱턴포스트)는 등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를 의식한 듯 뒤늦게나마 반응한 것이다.
전날 기상악화로 결국 불발된 ‘미국의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 현장을 참관하기 위해 플로리다를 방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백악관을 떠날 때도, 도착해서도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 응하지 않은 채 자리를 뜬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0만명 돌파’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싶지 않아 피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코로나19 사망자들을 ‘위대한 국민들’이라고 부르고, 유족들과 친구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사랑을 보낸다면서 “신께서 당신들과 함께하길!”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사태 초기에 위험성을 경시하고, 부실한 대응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에도 사과나 유감 표명은 일언반구 없었다.
도리어 그는 30분 뒤 올린 또 다른 트윗에서 “중국에서 온 매우 나쁜 ‘선물’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계속 퍼지고 있다. 좋지 않다!”며 ‘중국 책임론’을 재차 부각시켰다. 대선 국면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최대 돌발변수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대응 책임론에 부딪히자, 중국 및 세계보건기구(WHO) 책임론을 전면에 꺼내 들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조기 경제 정상화에 열을 올려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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