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100) 예비역 육군대장 측이 백 장군 사후 지역과 무관하게 현충원 안장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현충원이 아니라 대전현충원 안장이 불가피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정작 백 장군 본인과 가족들은 특정 현충원을 고집하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백 장군의 사후 서울현충원 안장 여부 논란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백 장군 측 관계자는 28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백 장군은 예비역 장성으로서 현충원에 묻히고 싶다는 의지는 갖고 있었다”면서도 “다만 국립서울현충원으로 갈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충원에 안장되고 싶다는 뜻은 밝혔지만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특정하고 있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실무자끼리 서울현충원에 자리를 마련해보겠다는 얘기를 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인 것이 아니었다”며 “백 장군도 특정 현충원에 가는 건 개인적으로 특혜를 받는 것이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은 포화 상태라, 현충원 안장을 신청하면 국가보훈처 심사를 거쳐 금고형 이상 형을 선고 받는 등 결격 사유가 없다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이 보통이다.
백 장군 측은 보훈처가 청와대 눈치를 보며 백 장군을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려고 한다는 야권 주장에 곤혹스러워했다. 백 장군 측 관계자는 “백 장군의 뜻대로, 원칙대로 현충원에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최근 대전현충원조차 안장이 힘들다고 하고, 파묘까지 거론되자 가족들이 매우 암담해하며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 장군과 그 가족의 뜻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정치권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인사차 예방한 박삼득 보훈처장에게 “어제 오늘 사이에 백 장군 예우 문제와 관련해 많은 분이 걱정하고 화내고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대체 전쟁영웅을 이렇게 대접해도 되는 건지 보훈처나 정부 입장이 뭔지 물어보겠다”고 따졌다. 예방 차원의 면담 자리를 공개한 건 이례적으로, 주 원내대표가 백 장군 안장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백 장군은 6ㆍ25 때 목숨을 걸고 낙동강전선을 지키고 승리를 이끈 우리나라 최초의 육군대장”이라며 “흑석동 현충원 묘역 안장이 정해진 걸로 아는데, 최근 보훈처가 서울현충원 안장이 어려워 대전을 가야 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오늘 그 말을 하려 온 건 아닌데 타이밍이 묘하게 걸렸다”며 난처함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백 장군이 현충원 안장 대상인 건 이견이 없다. 다만 서울현충원이냐 대전현충원이냐는 점에 대해선, 서울현충원은 국방부 소관이지 보훈처 소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 소관은 아니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고, 서울현충원의 장군 묘역은 만장 상태로 (자리가)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대전이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주 원내대표는 이에 “정권이 바뀌고 백 장군에 대한 평가를 다르게 생각하는 분이 있어 예우를 소홀히 한다거나 불명예스럽게 하는 점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보훈처 관계자가 백 장군 가족에게 광복회가 진행 중인 ‘국립묘지법 개정안’ 찬반 설문조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백 장군이 서울현충원에 안장되더라도 법이 개정되면 다시 뽑아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립묘지법 개정안은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파 인사의 묘를 파묘하는 내용으로, 최근 이수진 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국회 개원 시 관련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훈처는 이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직원이 없고, 광복회 설문조사 상황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김홍걸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백 장군 친일 행적 문제를 제기했다.
백 장군은 광복 직후 국군 창설에 참여했고, 6ㆍ25전쟁 영웅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광복 전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간도특설대’ 활동 이력이 알려지면서 2009년 정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목됐다. 현재 노환으로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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