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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까르띠에도 ‘공홈’ 오픈…콧대 낮추고 온라인시장 공들이는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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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까르띠에도 ‘공홈’ 오픈…콧대 낮추고 온라인시장 공들이는 명품

입력
2020.05.29 04:40
수정
2020.05.29 09:3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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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로더∙랑콤∙입생로랑, 상시 할인 혜택으로 ‘공홈’ 관리

5월 까르띠에∙프라다 이어 6월 에르메스도 국내 공식 온라인몰 상륙

루이비통∙발리, 유명인 유튜브 채널 통해 온라인 홍보 확대

국내에 정식 오픈한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의 공식 홈페이지 캡처.
국내에 정식 오픈한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의 공식 홈페이지 캡처.

최근 명품 화장품 ‘에스티로더’의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공홈)에 접속한 직장인 서모(35)씨는 이달 14~31일까지 25% 할인 이벤트가 진행 중이란 공지에 깜짝 놀랐다. 일반 백화점에선 꿈도 꿀 수 없는 혜택이었기 때문이다. 14만원 상당의 에센스 스킨 제품과 4만원대 립글로스, 9만원대 쿠션 제품의 총 결제금액이 27만원대였다. 여기에 25% 할인을 적용하니 2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무료 증정 제품도 포함됐다. 7만원과 17만원 이상 구매시 각각 미니 캔버스백과 7종 디럭스 세트 제품이었다. 첫 구매자에게 발송되는 쿠폰코드와 4만원대 증정품까지 따라왔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높기만 하던 콧대를 낮추고 있다. 크고 화려한 매장에서 고객을 맞이하던 습성을 벗어 던지고 공홈으로 판로를 넓히고 유튜브로 홍보 전략을 확대하는 등 온라인에 공들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명품 브랜드들의 온라인 공략에 속도를 내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스티로더’ 공식 온라인몰 캡처
‘에스티로더’ 공식 온라인몰 캡처

△상시 세일로 ‘공홈’ 관리, 유명인 통해 유튜브로 홍보

명품 화장품업계는 최근 몇 년 동안 공홈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선 볼 수 없는 각종 혜택을 쏟아내면서 젊은 소비층에 다가가고 있다. 이달 들어 ‘입생로랑’도 공홈의 회원으로 등록해 첫 구매하면 10% 할인해주고, ‘랑콤’과 ‘맥’도 공홈을 통해 첫 구매하면 15% 할인 이외에 증정품까지 주고 있다.

이들 화장품 브랜드들의 ‘할인 잔치’는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오프라인 시장이 수축된 이유가 크다. 더불어 마스크 착용으로 메이크업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 이미지로 고가 정책을 써왔던 화장품 브랜드들이 결국 재고가 쌓이는 건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며 “코로나가 이들의 운명까지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패션업계 역시 온라인 공략에 적극적이다.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서 공홈을 오픈해 운영중인 '에르메스'가 다음달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 ‘프라다’와 ‘까르띠에’가 잇따라 공홈을 연 데 이어 에르메스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명품 온라인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찌감치 ‘루이비통’과 ‘구찌’ 등이 국내에 공홈을 열고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여 접점을 넓혀왔다. 이들 공홈들은 각 제품들의 재고 및 입점 매장의 정보를 알려주는 등 명품 고유의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식 온라인몰을 홍보했다. 동영상 화면 캡처
‘루이비통’은 지난해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식 온라인몰을 홍보했다. 동영상 화면 캡처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홍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구독자가 84만명인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의 유튜브 채널은 ‘명품 홍보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씨는 지난해 루이비통 공홈을 통해 가방과 운동화,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줬다. 포장돼 배송된 제품들을 뜯어보는 소위 ‘언박싱’ 영상은 현재 조회수만 86만건에 달한다. 패션브랜드 ‘한섬’이 공식 수입하는 ‘발리’ 역시 이달 초 한씨를 통해 일명 ‘매장털기’로 발리 매장을 소개했다. 심지어 한씨와 협업으로 ‘기획전’을 열어 이달 내내 한섬 공홈에선 발리 제품을 20% 이상 할인 판매한다.

명품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파격 세일이나 공홈 전용 혜택을 늘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에르메스, 까르띠에 같은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은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해왔다”며 “유럽 등 명품 브랜드의 본고장이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지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비교적 탄탄한 아시아로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 캡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 캡처

△“온라인 판매라도 품위는 지켜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3년 전부터 전국 백화점 매출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명품 매출의 비중이 높아서다. 명품 브랜드에 걸맞은 매장 운영과 고급스러운 이미지 마케팅 등이 신세계의 강점으로 꼽힌다. 명품들로 하여금 입점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고객에게 주는 무료 사은품까지 검열해 입점할 백화점을 고른다”는 명품 브랜드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온라인에서도 이러한 법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공식 온라인몰(에스아이빌리지)을 통해 올 상반기에만 ‘엠프리오 아르마니 주니어’, ‘쥬세페 자노티’, ‘필립플레인’, ‘사카이’ 등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특히 아르마니 주니어는 국내 온라인몰에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 최근 몇 년 동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 명품 브랜드의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판매 판권까지 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라인 판매라도 백화점 매장에서처럼 품위를 지키고 싶은 명품 브랜드들의 속내가 깔려 있다.

각종 명품들을 대거 입점시켜 판매 노하우를 쌓은 에스아이빌리지의 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아르마니’ ‘메종 마르지엘라’ ‘끌로에’ 등 현재 총 46개의 해외 패션과 뷰티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41개 브랜드가 입점한 에스아이빌리지는 국내를 대표하는 명품 럭셔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지난달 에스아이빌리지의 명품 판매 신장율은 전년 동기에 비해 135.3% 상승했고, 이달에도 96.5%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됐다던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판매 신장율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4.4% 뛰어올랐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SSG닷컴도 명품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1~5월 동안 명품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이상 상승했다. 이중 뷰티 브랜드 매출은 56%에 달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온라인에 공을 들이는 명품업체들과 정품을 안심하고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신세계라는 기업 이미지가 신뢰를 주는 듯하다”며 “명품 브랜드를 추가 입점시키면서 고객들의 명품 선택의 폭을 더 넓혀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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