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 79명, 53일 만에 최대
부천 물류센터 관련 90명대 훌쩍
정세균 총리 긴급 관계장관회의… 수도권 다중시설 한시적 운영 중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이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대거 속출하면서 일일 환자 발생 규모가 4월 초반 수준으로 치솟았다. 2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79명에 이르면서 자칫 ‘K방역’이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은 국내 방역 시스템의 명성마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70명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달 5일(81명) 이후 53일만이다. 황금연휴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불붙은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물류센터를 기점으로 지난 2, 3월 경험했던 대유행처럼 폭발하자, 정부는 공공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중지하는 등 수도권에 대한 방역 수위를 다시 끌어올렸다.
중대본과 지자체들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 79명 가운데 68명이 지역사회 감염사례로, 부천 물류센터 관련 누적 확진자는 오후 8시 기준 최소 92명으로 늘었다. 부천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첫 확진자는 23일 확진판정을 받았으나 센터는 25일에서야 가동을 중단했다. 그 이후 3일 만에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근무자가 지역 대형 콜센터(중동 유베이스 타워 7층 콜센터)에 근무한 사실이 드러나고, 쿠팡 고양시 물류센터에서도 확진사례가 나타나는 등 바이러스가 서울과 수도권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하자 이날 수도권의 방역 수준을 대폭 끌어올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은 이날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수도권 확진환자 급증 상황을 반영한 ‘수도권 방역 관리 방안’을 논의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하지만 수도권에 한해 29일부터 내달 14일까지 미술관과 박물관 등 모든 공공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중단한다. 또 학원과 PC방에 대해서도 유흥시설과 같은 운영자제 행정명령을 내려 방역수칙을 어기고 운영할 경우 벌금 등을 부과하기로 했다. 같은 기간 정부와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도 취소하거나 연기한다. 이와 더불어 방역당국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가급적 외출과 모임, 행사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음식점과 주점,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도 피해달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소재 정부기관, 공기업에는 재택근무, 시차출퇴근 등 유연 근무를 적극 활용하도록 했고 기업에도 이를 활성화할 것을 당부했다.
다만 중안본은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하는 것은 아니며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하되 앞으로 2주간 확진자 발생 추이를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방역체계를 재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등교를 시작했거나 내달 3일과 8일 등교개학을 앞둔 초중고교 학생들의 학사일정에도 일단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이 당초 밝힌 방역체계 강화 조건은 △1일 평균 신규 환자 50명 이상 △집단 발생의 수와 규모 △감염 경로 불명 사례 5% 이상 △전체 환자 가운데 방역망 밖에서 발생한 환자 비율 20% 이상 등이다. 당국은 이 수치를 최소 2주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4가지 조건 가운데 감염경로 불명 사례 조건만 만족한 상황으로 지난 2주간 발생한 확진자 353명 가운데 27명(7.6%)의 감염원이 불명확하다.
박능후 중안본 1차장은 “수도권의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약 2주간의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지금 확산세를 막지 못하고 유행이 계속 커진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박 차장은 이어 “수도권 상황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한다면 감염이 학교로 연결되고, 결국 등교 수업이 차질을 빚는다”라며 “학생들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수도권의 초기 감염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모든 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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