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에 트럼프 본격 압박에 나설 듯
폼페이오 “홍콩, 자치권 못 누려”… 금융허브 특별 대우 박탈 수순
위구르 인권법 통과… 트럼프 서명만 남아 中당국자 입국 금지 등 눈앞
중국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28일 끝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표결을 강행하자 미국도 본격적인 압박에 나섰다. 홍콩의 자치권 행사 수준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그간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흔드는 등 무역ㆍ군사ㆍ인권 전 분야에 걸쳐 파상 공세를 퍼부을 채비를 마쳤다. 물론 최종 대응 수위, 즉 중국을 얼마나 옥죌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손에 달려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의회에 1997년 7월 이전에 적용되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홍콩이 미국법 하에서의 대우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며 “합리적인 누구도 현 상황에서는 홍콩이 고도의 자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가장 유력한 대응 수순은 ‘아시아 금융 허브’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박탈이다. 미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인권법에 따라 매년 홍콩의 자치권을 평가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경제ㆍ통상 분야에 부여한 혜택을 철회할 수 있다. 글로벌 도시 홍콩의 지위에 타격을 줘 중국의 세계 진출 통로를 막아버리겠다는 일종의 협박이다. 다만, 평가 결과가 이런 극단적 조치로 바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미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빠르면 29일 트럼프가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확한 대응 수위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결정 가능한 조치로 비자와 경제 제재 등을 포함해 ‘여러 범주에 걸친 긴 목록’이 있다”면서 “중국 당국의 행동 변화에 최대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블룸버그통신은 미 재무부가 홍콩 탄압을 시도한 중국 관리 및 기업, 금융기관에 대해 자산 동결과 입국 금지 등의 포괄적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내정간섭”이라고 극렬 반발해온 ‘2020 위구르 인권정책 법안’도 이날 압도적 찬성으로 하원을 통과해 대통령 서명만 남겨뒀다. 법안이 승인되면 위구르족 탄압에 책임이 있는 중국 당국자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입국이 금지되는 등 고강도 제재가 부과된다. 미 전략폭격기 B-1B가 연일 분쟁지역인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공을 비행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무력시위 역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중국 제재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대선주자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캠프도 이날 “중국은 홍콩의 자유경제 혜택을 누려선 안 된다”며 “당선될 경우 홍콩인권법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행정부와 여야가 합심해 초당적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대선(11월)을 코 앞에 둔 이유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 내 반중 여론이 최고조에 이른 여파가 컸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성인 1만9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중국 비호감도는 66%에 달했다.
홍콩 내 미국 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무엇보다 강대국 사이에 낀 홍콩 시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떠안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스티븐 올린스 미중 관계위원회 회장은 “홍콩 특별대우 박탈은 재앙”이라며 “우리가 보호하려는 대상에게 총질하는 꼴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안법 최종 입법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극적 화해 가능성이 있고, 또 미국에 미칠 부정적 파급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커트 통 전 홍콩주재 미 총영사는 CNN에 “홍콩 지위가 손상되면 중국이 타격을 입겠지만 그 피해는 간접적이고 상호적”이라며 “미중 모두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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