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재개된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하루 만에 다시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제주도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의 공사 보류 요청에 따라 공사 재개 하루 만인 28일 비자림로 확장 공사 2구간(제2대천교~세미교차로 1.36㎞)에 대한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도는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벌인 후 이른 시간 내에 2구간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도는 앞서 지난 27일 비자림로 확장공사 계획 구역 중 비자림로 확장 공사 2구간에 중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삼나무 벌채 공사를 벌였다. 이는 2구간의 경우 법정보호종 등의 서식지 훼손과 무관하고 삼나무도 보존 가치가 낮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라는 게 도의 입장이다. 도는 비자림로 확장 공사의 다른 구간인 1구간과 3구간에 대해서는 동식물 서식지 보호 등의 방안을 마련 후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시 조천읍 대천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 구간을 기존 2차로에서 4차로로 확ㆍ포장하는 비자림로(대천~송당) 도로건설공사는 2018년 시작해 2021년 6월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삼나무숲 훼손 논란이 커지고 법정보호종 동식물까지 발견돼 지난해 5월 공사가 중단됐고, 1년 만에 공사가 재개됐지만 또다시 중단되면서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재개되자 공사 추진 문제를 놓고 찬반 단체의 집회도 이어졌다. 공사를 찬성하는 주민 측은 공사 현장에서 공사 재개를 환영하며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왔다.
반면 공사를 반대하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비자림로에는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등 법정보호종들이 날아와 번식을 준비하고 있지만, 도는 이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벌목을 시작했다”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제주녹색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무리한 공사로 결국 세 번째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며 “도는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등 적합한 대안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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