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뉴구세요?] 성형수술 말리는 성형외과 의사 “누가 당신을 수술할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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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뉴구세요?] 성형수술 말리는 성형외과 의사 “누가 당신을 수술할지 몰라요”

입력
2020.05.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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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수술’ 폭로한 김선웅 전 성형외과의사회 특임이사

유튜브ㆍ국민청원 통해 “성형 수술 피해 밝혀달라” 호소한 사연

김선웅 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특임이사. 유튜브 닥터 벤데타 캡처

“성형 수술로 숨진 피해자만이라도 숫자를 파악해 알려주십시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입니다. 청원자는 성형외과 수술대를 ‘범죄수술대’라 부르며 “성형 왕국의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호소했습니다. 얼핏 보면 성형 수술 피해자인가 싶지만, 청원자는 현직 성형외과 전문의인 김선웅(52) 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특임이사입니다. 그는 7년째 “‘성형 산업’의 그림자에 범죄 행위가 가려져 있다”며 ‘유령 수술의 폐해’를 폭로하고 있는데요. 본인도 성형외과 의사지만 “지금은 성형 수술을 받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왜 그는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유령 성형 수술’

김선웅 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특임이사. 유튜브 닥터 벤데타 캡처

김 전 이사는 2013년 12월 9일 서울의 ㄱ성형외과에서 한 여고생이 코 수술을 받다 뇌사 상태에 빠진 뒤 숨진 사건을 통해 성형 산업의 폐해를 알게 됐다고 해요. 그는 “사건 진상조사를 하려고 해당 병원에서 일했던 의사와 직원 등 내부고발자들이 들고 나온 자료를 검토하면서 ‘유령 수술’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의사가 말한 유령 수술이란 환자가 수술을 받기 전 서면을 통해 병원과 합의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와 수술하는 행위입니다. 환자는 이미 마취된 상태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 제3자에게 수술을 받게 되는 건데요. 이 ‘유령 의사’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닐 수도 있고, 환자와 대면조차 한 적이 없는데도 수술실에 들어와 환자 몸에 메스를 대고 유령처럼 사라집니다.

만약 이 유령 의사가 실력만큼은 좋은 사람일 수도 있지 않냐고요? 김 전 이사는 “별로 위험하지 않은 인물이 들어왔다고 해서 범죄가 아닌 게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김 전 이사는 “수술 과정 하나하나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데 이 과정에서 법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건 너무나 위험하다”며 “그렇다 보니 유령 수술에서 사망자가 생겨도 중환자실로 옮기는 등 사람을 살리는 노력보다는 수억 원으로 합의하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형 외과 광고가 길거리를 뒤덮고 있는데

대만 타이베이 거리의 한국 성형외과 광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령 수술이 생겨난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요? 김 전 이사는 ‘법의 허점’을 꼬집었습니다. 2005년 의료광고에 관한 의료법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았는데요. 이후 2007년 4월 정부가 의료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어요. 당시 정부는 의료광고 사전 심의제를 도입해 성형 수술 등 무분별한 의료 광고의 문제들을 줄여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전 심의 제도만으로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즐비한 성형 수술 광고를 규제하기가 턱없이 부족해 심의를 강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김 전 이사는 “성형 수술 광고 사진 중 진짜는 1%도 안 될 것”이라며 “이를 단속하지 못하니 사람들은 성형 수술이 싸고 간편하고 안전한 줄 알고 현혹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성형을 알선하는 브로커도 문제로 꼽혔는데요. 의료법 제27조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ㆍ알선ㆍ유인하는 행위 또는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되도록 정하고 있지요. 다만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거나 부양 대상이 아닌 외국인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브로커 일을 해도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중국 등 해외에서 한국으로 ‘성형 원정 여행’을 온다는 소식은 익히 알려져 있는데요. 이 같은 성형 여행은 사실상 브로커들이 개입돼 있다는 것이 김 전 이사의 주장입니다.

김 전 이사 설명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조직 형태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 브로커들과 유령 수술을 자행하는 일부 대형 성형외과가 결탁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 전 이사는 “수술 받는데 브로커가 개입해도 된다고 사실상 허용한 나라가 어디에 있나. 이건 국가적 망신”이라며 “부끄럽지만 해외에 알리더라도 반드시 고쳐져야 할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령 수술을 줄이는 방법은 처벌뿐

게티이미지뱅크

김 전 이사는 “솔직히 유령 수술이 뿌리 뽑혔다고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성형 수술을 받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성형 수술을 말리는 성형외과 의사인 셈인데요. 그는 “안 받는다고 죽는, 반드시 받아야 하는 수술이 아니고 누가 나를 수술할지 모르는데 성형 수술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유령 수술을 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유령 수술이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굳이 안전한 성형외과를 고르자면 “병원에 의사가 1,2명만 일하는 작은 규모에 의사들이 같은 곳에서 최소 5년 이상 근무를 해 온 곳이라면 그나마 믿을 만하다”고 하는데요. “사고 등 문제를 일으킨 의사들이 3년을 주기로 병원을 옮겨 아무렇지 않게 다시 수술을 하는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수술실에 CC(폐쇄회로)TV가 설치된 곳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요? 비록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됐지만,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국회 문턱까지는 다녀왔지요. 또 일부 성형외과 등 수술실에는 CCTV가 설치된 곳이 있어요. 하지만 이런 곳조차 100% 믿고 몸을 맡길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 전 이사는 “CCTV에 녹화되는 영상에는 수술 상황이 정확히 보이지 않아 실제 처벌의 근거로 쓰이는 사례는 드문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영상 편지 남겼다는데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캡처

“유령 수술을 폭로하니까 대놓고 어떻게 하겠다는 말을 예사로 들어요.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경우도 많죠. 혹자는 묻습니다. 동종업계인데 어떻게 그렇게 까지 할 수 있냐고요. 하지만 유령 수술하는 곳은 범죄 수술 조직일 뿐, 성형외과 계열이라고 볼 수 없어요.”

김 전 이사가 유령 수술을 폭로하며 ‘성형 수술 말리는 성형외과 의사’의 길을 걸은 지 올해로 7년째입니다. 그럼에도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두고 김 전 이사는 “범죄라고 부르는 처벌 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유령 수술이라는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유튜브 ‘닥터 벤데타’로 활동하는 닥터 벤데타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요. 7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유령 수술 살인을 멈추기 위해 성형 사망 피해자 숫자를 파악해서 알려달라”는 청원도 제기했습니다. 다음달 6일까지인 청원은 20만명 이상에게 동의를 얻어야 청와대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있지만, 28일 기준 4만1,900여명에 그치는 상태라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해요.

김 전 이사는 “과거 유령 수술이라며 기소된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제 검찰에 기소된 혐의는 사기였다. 수술 행위로 침해된 건 사람의 신체, 생명으로 상해나 살인죄를 물어야 하는데 사기죄로 기소한다는 건 면죄부나 다를 바 없다”며 “이처럼 솜방망이 처벌만 나온다면 유령 수술 근절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어요.

지난 1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영상 편지를 남겼는데요. 그는 “저는 1,0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이 처참한 약탈과 살인의 희생자들이 대부분 여고생, 여대생 그리고 취업 준비생이라는 점 때문에 지난 수년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성형 수술실이 처참한 ‘살인공장’으로 변하고 있는데도 한국 공공기관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김 전 이사는 본보와 전화인터뷰가 이뤄진 28일에도 공판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서 유령수술을 비판하는 글을 적었다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고발당했기 때문인데요. 그는 “유령수술 실체가 밝혀진 지 6년이나 지났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증언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그가 바라는 대로 유령 수술이 근절되는 날이 올까요? 김 전 이사는 말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부족하다면 그날은 바람처럼 빨리 오진 않을 게 분명할 겁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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