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14세 딸을 살해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정부가 이른바 ‘명예 살인’에 대한 처벌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현행법상 이런 비속 살인 형량은 최고 사형 선고를 받는 다른 살인죄와 달리 최고형이 징역 10년에 그친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명예 살인에 대한 형량을 높이는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관련 개정안은 관계부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수년간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그간 명예 살인과 같은 가정 폭력 형량을 높이는 법 개정안은 매번 보수 세력에 밀려 통과되지 못했다.
이란 여성 부통령인 마수메 엡테카르도 “가정 폭력 범죄는 지금보다 더 엄하게 처벌받아야 하고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빠른 개정에 힘을 보탰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에 대한 특별 수사 명령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테헤란에서 북서쪽으로 320㎞ 떨어진 길란주(州) 탈레시 지역에서 벌어졌다. 레자 아슈라피는 32세 남자친구와 결혼하겠다고 도망갔단 이유로 지난 21일 밤 딸을 살해했다. 숨진 딸은 아버지의 신고로 가출한 지 5일만에 붙잡혀 돌아올 당시 경찰에 아버지의 폭력적인 반응이 무섭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는 현재 경찰에 구금 중이다.
이 사건이 전국적으로 집중 보도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딸의 이름을 해시태그(#)한 글이 쏟아졌다. 가부장적인 이란 사회를 비판하고 명예 살인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내용들이다. 이슬람 율법을 보수적으로 해석해 가족에게 불명예를 안겼다는 이유로 가족의 일원을 죽이는 명예 살인은 뿌리 깊은 문제지만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가장 흔한 가해 이유가 중매결혼 거절이나 성폭행 피해 등이고 ‘부적절한’ 옷차림 같은 이유로도 명예 살인이 행해진다. 이번 사건으로 조혼도 화두가 됐다. 이란에선 여성 평균 결혼 연령은 23세지만 13세 이후 결혼할 수 있다.
처벌 강화만큼 해결이 어려운 게 사회ㆍ문화적 인식 변화다. 이슬람권 일부 국가에서는 관습적으로 아버지가 보호자로서 아내와 미성년 자녀에 대한 훈육할 권리를 인정하고 일정 정도의 폭력까지 용인한다. 이란 여성부 전 차관이자 현재 이란 여성인권보호협회장인 샤힌도흐트 몰라베르디는 “명예 살인은 지역 사회와 지구촌의 법과 지배적인 문화가 충분히 억제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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