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금리의 향방을 결정하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조윤제 금통위원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공직자윤리법에서 제시한 주식 보유 상한액 3,000만원을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조 위원이 금리 등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 보유 상한액을 초과하는 문제 때문에 금통위원의 제척 결정이 내려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8일 한은 금통위는 본회의 직전 조 위원의 제척심사 요청을 받은 후 조 위원의 제척을 결정했다. 한은은 “조 위원이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에 보유 주식에 대한 직무연관성 심사를 청구했고 그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금일 통화정책방향 의결에서 제척됐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 금통위실은 조 위원이 취임 이전 8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 가운데 금융사 등 5개사의 주식은 취임 전 처분하고 현재 비금융 중소기업 3개의 주식을 총액 3,000만원어치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은 재산공개 대상자가 보유한 주식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1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거나 직무관련성 심사를 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 위원은 향후 직무연관성 심사 결과에 따라 보유 중인 주식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심사 결과가 28일 열리는 금통위까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발생했다. 한국은행법은 ‘자신이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사항’에 관한 안건의 심의ㆍ의결에서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은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조 위원에게는 이해충돌 우려에 따른 제척 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조 위원은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표결 참여는 물론 입장 발표도 하지 않게 됐다. 6월 16일 공개 예정인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의사록에서도 조 위원의 의견은 나타나지 않는다. 금통위원 취임 후 처음 맞이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던 셈이다.
이날 조 위원의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 제척은 금통위원의 주식 보유 때문에 발생한 첫 제척 사례다. 앞서 2018년 취임한 임지원 금통위원은 JP모건 주식을 보유한 채 그해 7월 금통위에 참여한 바 있으나, 당시 금통위는 기준금리 결정과 JP모건 주식 보유로 인한 이해상충 간에 관련성을 찾기 힘들다고 판단해 제척 결정을 하지 않았다. 임 위원은 이후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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