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사망 10만명… ‘한국전+베트남전 전사자’보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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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 사망 10만명… ‘한국전+베트남전 전사자’보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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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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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커질수록 슬픔은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지난 20일 미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가짜 시체를 줄지어 놓은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27일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은 10만명에 이르는 죽음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27일(현지시간) 1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월 6일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카운티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지 111일 만이다. 10만명은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의 미군 전사자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숫자기도 하다. 미 존스홉킨스대는 이날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를 10만47명, 확진자는 169만5,776명으로 집계했다.

미 AP통신은 이날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이 10만명의 의미는 무엇인가. 지난 5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다섯 개의 0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나”라고 되물었다. AP는 우선 사람들이 전쟁이나 자연재해 상황에서 인명피해 통계를 집계하는 것은 ‘충격적 상황을 이해와 통제 하에 두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미 역사학자 드류 길핀 파우스트는 “(통계 작성을 통해) 외견상 객관적인 지식을 마련하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현실 속에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면서 “숫자는 ‘무한한 죽음’의 ‘무수한 무덤’에 대해 감각과 질서를 부여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예로 역사를 돌이켜 보면, 서구의 통계 작성 지식이 급격히 발전한 것도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시기였다는 것이다.

즉, 혼란과 비통 속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현실 감각’을 부여하는 것이 통계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AP는 이어 “오늘날 미국인들이 ‘10만명’이라는 숫자를 이해하고 시각화하는 대표적인 기준에는 이런 것이 있다”면서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의 2018년 추정 인구가 10만1,860명이고, 미국의 대표 관광 명소 자유의 여신상을 열흘 마다 방문하는 관광객 숫자도 약 10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남북전쟁 사망자는 총 65만5,000명이고, 제1차 세계대전의 경우 11만6,000명, 제2차 세계대전의 경우 40만5,000명 이상이었다. 한국전과 베트남전에서 미군 전사자는 각각 3만6,000명, 5만8,000명으로 합쳐도 10만명에 못 미쳤다. AP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당시 정확히 2,99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면서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4월 초 진작에 이를 넘어섰다”고도 했다.

하지만 AP는 “숫자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오히려 더 추상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마치 홀로코스트 당시 학살된 유대인이 ‘600만명’이라는 설명을 들어도 그 참혹한 실상을 체감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 미시간주 소재 호프칼리지의 데릴 반 통게렌 심리학 교수는 “오랜 기간 너무 큰 고통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그것에 압도되고 이어 냉담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우리는 미국이 정상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도 깨닫지 못하는 새로운 현실에 이미 익숙해졌다”면서 “우리의 공감 능력도 본질적으로 바닥나게 됐다”고 개탄했다.

AP는 다만 이 ‘10만명’이라는 숫자 내에서도 인종별, 연령별 격차 등 ‘해석을 필요로 하는 다른 숫자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 같은 해석ㆍ분석 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서 다른 반응을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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