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미중 갈등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금빛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금의 ‘동생’ 격인 은 가격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면서 형(금)만 못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국제 금값은 온스당 1,705.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5일 1,753.4달러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2.8% 가량 떨어지긴 했지만 연초(1,524.5달러) 대비 12%나 오른 상태다. 작년 같은 기간(1,276.5달러)과 비교하면 34%나 상승했다. 특히 지난 4월 미중 갈등이 재점화한 이후로는 꾸준히 1,700달러 선을 오가고 있다. 국내 금값도 강세다. 지난 18일에는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 1g당 가격이 장중한 때 7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금값이 질주를 이어가면서 금 관련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 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개 금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43.84%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43개 테마펀드 가운데 압도적인 수익률이다.
최근의 금값 강세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어난 결과다. 특히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막대한 양의 돈 풀기에 나서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금값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최근에는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추진을 둘러싸고 미중 긴장이 재 부상하면서 몸값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여전히 크고, 미중 무역 분쟁의 재점화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투자자산으로서의 금 수요 증가 폭은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금과 함께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꼽히는 은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은값은 26일 온스당 17.54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중순 이후 15% 급등하긴 했지만, 지난 3월 50%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금처럼 상승랠리를 이어 간다기보단, 과거 낙폭을 회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1년 전(14.28달러)보단 23% 올랐지만, 연초 보다 12% 올랐던 금과 비교하면 은값은 비교하면 되려 1년 전보다 2% 넘게 떨어졌다. 코로나19 직전 70~80배 수준에 머물렀던 금과 은의 가격 차이도 이달에는 100배까지 벌어진 상태다.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던 3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120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통상 귀금속으로 만들어지거나 금고에 보관 되는 비중이 높은 금과 달리 은은 산업용 수요가 높아 경기 흐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은 소비의 절반 이상은 각종 전기ㆍ전자 제품이나 합금, 태양광, 화학산업 등 산업용 수요인데, 코로나19로 주요 국가들이 셧다운(일시 폐쇄)에 들어가는 등 생산에 제동이 걸리면서 은값이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질 때는 대체로 금의 투자 매력이 은보다 높다는 점도 가격 차이를 더 벌렸다. 최근 영국 투자회사 채터리스트레저리의 이언 윌리엄스 회장은 “지금껏 금 대비 은값이 이렇게 떨어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통상 은값이 그간 금값에 동조해 시차를 두고 오르내린 점과, 경기 회복 시 산업용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현재 가격이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어, 은의 투자 매력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란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12개월 내 은 시세가 20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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