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때문에 간송미술관이 경매에 내놓은 국가보물 금동불상 2점이 유찰됐다. 경매에 실패하면서 간송미술관의 재정난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에서 시작된 5월 경매에는 금동여래입상(金銅如來立像ㆍ보물 제284호)과 금동보살입상(金銅菩薩立像ㆍ보물 제285호)이 거의 마지막 매물로 나왔다. 각각 15억원씩 시작가에서 출발했지만 응찰자가 없이 바로 유찰됐다. 가격 부담이 높고, 사회적 파장이 크다 보니 관심 있는 개인이나 기관이 나서서 사들이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매는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수집해 지킨 간송미술관의 보물 소장품이 미술관 설립 82년만에 처음으로 경매에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문화계에 적잖은 파란을 불러왔다. 특히 미술관 운영에 따른 누적 적자, 2년 전 전성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 타계 이후 불거진 상속세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소장품을 내놔야 하는 상황 때문에 이번 경매에 쏠린 대중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경매에 앞서 간송미술관 측이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으나 적절한 방안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불가피하게 소장하고 있는 불교 유물을 매각하고 상징적인 서화와 도자라는 중심축에 집중하겠다”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다시 경매에 붙여지거나 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 등 공적 기관들은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불상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높은 가격 때문에 성사되지 않았다. 한 고미술 화랑 대표는 “개인이 매입하기엔 가격 부담이 크고, 삼성문화재단 같은 큰 규모의 재단들의 미술품 거래는 뜸한 상황이라 유찰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이런 상황이 타개되리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술계는 재정난 때문에 간송미술관이 다른 유물을 계속 경매에 내놓거나 알음알음으로 팔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이번 불상도 매입자를 찾다 잘 되지 않아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만큼 재정이 절박해서 내놓은 건데 이마저도 유찰됐으니 향후 소장품을 추가로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간송미술관은 청자기린형뚜껑 향로(국보 제65호)를 비롯, 훈민정음(제70호),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보물 제1949호),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보물 제1973호) 등 총 48건의 유형 지정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간송미술관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장품 매각, 정부 지원만 바라기보다는 소장 유물의 공공성을 감안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사립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일제강점기 때 문화재를 수집, 보존한 공적에 대해서는 그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유물 관리나 문화재 연구 등 미술관을 그간 운영해온 방식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제도적으로 국가기관에 유물 관리를 위탁하거나 미술관 운영을 좀 더 대중 친화적이고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이태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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