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 8명 확정… 여공 출신 김미애 등 여성 2명
김종인 “무상급식 투표는 바보 짓, 이념 벗어나자”
27일 확정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의 콘셉트는 ‘파격보다 안정’이었다. 비대위원 8명 중 예측을 빗나가는 ‘깜짝 인사’는 없었다. 8명이 전부 통합당 내부 인사다. 1980년대생 청년 3명을 전진 배치해 세대 조화를 꾀한 것 정도에 의미가 실린다. 전문가 그룹 출신이나 명망가는 사실상 없다. 비대위 ‘투톱’인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실권을 쥐고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21대 총선 낙선자 총회에서 “내가 과거 경제민주화처럼 새로운 것들을 내놓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말해 비대위에서 파격적 콘텐츠를 내놓겠다고 별렀다. 통합당의 ‘창조적 파괴’를 예고한 것이다.
통합당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김종인 비대위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과 비대위 인선안을 의결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내년 4월까지 임기를 보장 받았다.
주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당연직으로 비대위에 합류했다. 초선 대표 격으로는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국회의원 당선자가, 재선 중에서는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의원이 포함됐다. 김 당선자는 여공 출신으로 29세에 대학에 입학해 34세에 사법고시 합격한 이력으로 주목 받았다. 조카 2명과 입양아 1명을 키우는 미혼모이기도 하다. 보수의 관점에선 전형적 비주류인 김 당선자를 쇄신의 주체로 내세운 것 자체가 비대위의 방향성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베일에 싸여 있던 나머지 네 자리는 여성과 청년들에 돌아갔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김현아 의원은 부동산 전문가로, 강성 투사로 꼽힌다. 김병민 서울 광진갑 조직위원장과 김재섭 서울 도봉갑 조직위원장, 정원석 전 서울 강남을 당협위원장은 모두 1980년대생이다. 1940년생인 김 위원장과 40여살 차이가 난다. 여성은 2명에 그쳤다. 1970년대생도 0명이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을 갈아 엎을 준비를 하고 있다. 비대위 인선부터 파격을 시도해 쇄신의 기선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김 위원장은 ‘과시’보다 ‘실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를 틀어 쥐고 자신의 구상을 착착 실현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총선 직후라 새로운 인재를 찾아 내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6월 1일 업무를 시작한다. 비대위가 당명부터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2012년 옛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는 27일 낙선자 총회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주도한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거론하면서 “대체 어느 정당이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느냐”고 꼬집었다. 오 전 시장 면전에서다. 옛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로 중도를 끌어안았듯, 이번에도 정책 노선을 ‘좌클릭’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또 “정당은 보수, 중도, 진보를 따지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무엇이 가장 좋은 것인지 고민하고 상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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