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아프면 쉬기 등 안 지켜져… 일용직 많아 대응 어려워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0명 이상 무더기로 발생한 이유는 현장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 핵심수칙인 △마스크 쓰기 △아프면 3, 4일 집에서 머물기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방역당국의 분석이 나왔다. 공장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짐을 옮기는 육체노동이 이뤄지기에 감염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경우, 타인에게 바이러스가 퍼지기 쉽다. 무엇보다 증상이 발생한 환자들이 출근을 계속하면서 밀접접촉이 반복적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일용직이 많은 이유로 감염자와 접촉자에 대한 발빠른 대응이 힘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역학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면서도 물류센터 집단감염은 슈퍼전파사건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1명의 환자가 단번에 여러 명을 감염시켰다기보다, 다수의 감염원이 마스크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면서 바이러스가 근무자들 사이에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마스크를 벗는 구내식당, 흡연실을 포함해 셔틀버스와 작업장에서 감염이 발생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쿠팡 측은 지금까지 보건당국의 방역 지침을 준수해왔다고 밝혔지만 택배업계에서는 작업환경을 고려하면 작업자가 항상 마스크를 쓰고 일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진자들이 발생한 물류센터는 지상 7층 규모의 약 1,600명이 일하는 대규모 시설로 작업자들 대부분 밀폐된 공간에서 근무한다. 작업자가 쉬지 않고 택배를 분류하고 트럭에 싣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다수 업무가 자동화된 물류센터에서는 근무자들의 간격을 1~2m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구내식당이나 흡연실, 셔틀버스 같은 공간에선 이만한 거리가 항상 유지되기는 어렵다.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한 트레일러에 보통 4명이 들어가서 일하는데, 물건을 계속 들고 옮기는 데다 레일에서 물건이 떨어지지 않게 밀어내고 차에 쌓는 작업을 할 때 마스크를 쓰면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했다.
증상이 나타난 감염자들이 출근을 멈추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택배물량이 급증한 상황에서 일용직 근무자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현재까지는 23일 확진판정을 받은 근무자의 발병 시기(13일)가 가장 빠른 것으로 파악됐는데, 40대 여성으로 인천시 부평구에 거주하는 이 근무자 역시 12일 하루만 출근한 임시직이다. 확진자들은 23일쯤 발병했고 20%는 무증상 감염자였다. 김태완 위원장은 “70%가량의 물류센터 노동자가 일당을 받고 일하기에 하루 일하고 다음날 안 나와도 누구에게 감염됐는지 파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 물류센터는 4,000명 정도가 수시로 업무 하는 대규모 사업장이고 최근 업무량이 크게 늘어 일용직 근무자도 많이 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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