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지동 센터서 확진자, 쿠팡 물류센터發 확진 60여명
국내최대 콜센터 직원도 확진… 학교·유치원 562곳 등교 불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급증한 택배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대면접촉을 줄여 방역에 크게 기여했던 물류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핫스팟(집중 발생 지역)이 됐다. 27일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가 이날 하루에만 40여명이 무더기로 쏟아져 63명(오후 6시 기준)으로 급증했으며, 오후에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마켓컬리 물류센터와 직원 1,600명의 국내 최대 콜센터인 경기 부천 유베이스 콜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유베이스 관련 확진자는 해당 건물 7층 콜센터에서 근무한 상담원으로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23일과 24일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2ㆍ중3ㆍ초등1,2학년과 유치원생 등 237만명의 등교 개학일, 집단감염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결국 전국 562개 학교와 유치원의 등교가 불발됐다. 쿠팡 관련 집단감염이 불붙은 부천시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역체계를 되돌렸다. 지난 황금연휴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이 동선을 속인 인천 학원강사를 통해 n차 감염으로 증폭되고, 이후 직원들이 밀집한 물류센터에서 거듭 확진자를 쏟아내는 상황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감염이 기세를 올리면서 이날 0시 기준 신종 코로나 일일 신규 확진자는 40명으로 지난달 8일(53명) 이후 49일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느슨해진 방역태세와 등교개학이 맞물리면서 가을이 오기 전 다시 한번 신종 코로나 대유행이 덮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는 지난 23일 직원 가운데 첫 신종 코로나 환자가 확인된 이후 25일부터 가동을 멈췄으나 그 이전에 시설 내부에 새로운 바이러스 연결고리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중안본은 물류센터 안에서 ‘마스크 착용’이나 ‘아프면 쉬기’ 등의 기본적인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은 현재 물류센터 직원과 아르바이트생 등 노출자 4,000여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 중이어서 확진자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4일 출근한 일용직 근무자가 확진판정을 받아 시설이 폐쇄된 마켓컬리 장지동 상온1센터 물류센터에서도 직원 등 접촉자들에 대한 검사와 역학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이곳 관련 추가 확진자 발생도 우려된다.
쿠팡 물류센터의 확진자 규모를 감안하면 감염원(초발 환자)은 다수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까지 가장 먼저 확인된 확진자는 지난 23일 확진판정을 받은 근무자로 부천시 뷔페 라온파티 돌잔치에서 감염됐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감염된 이후, 역학조사에서 직업을 숨겼던 인천 학원강사로부터 시작된 연결고리의 4차 감염자다. 김강립 중안본 제1총괄조정관은 “환자가 거짓된 정보를 제공할 경우 방역당국의 초기 접촉자 파악을 늦추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후의 연쇄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역학조사 과정에서의 왜곡된 정보는 방역당국의 에너지를 고갈시킨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일일 신규 환자) 규모가 굉장히 많아졌고 (전파 횟수도) 5, 6, 7차로 넘어가는 상황”이라면서 “위험도가 통제 가능한 범위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부 유행지역을 대상으로 강화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방역당국은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개정한 2판을 공개했다. 콜센터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9개 생활 영역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지침이 담겼다. 해수욕장 등에서 개인 차양시설 설치 간격을 2m 이상으로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학부모의 관심이 높은 에어컨 사용지침도 마련됐다. 에어컨을 사용하면 실내 공기가 재순환되고 바람으로 인해서 비말이 멀리 퍼져나갈 우려가 있다. 환기가 가능한 시설은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사용하되, 최소 2시간마다 1번 이상은 환기를 하고 환기가 불가능한 밀폐시설의 경우에는 이용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유증상자에 대한 출입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에어컨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바람세기를 낮춰서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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