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의 기차여행ㆍ버스여행] 고속버스+배+렌터카로 완도 생일도 여행
남도 섬 여행은 지금이 최적기다. 바다 빛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이라 그만큼 여유롭다.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 시선이 멈춘 곳은 완도의 생일도. 이름만큼 생소하지만 2016년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에 이어 올 6월 남도추천관광지로 선정됐다. 수려한 경치와 특별한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완도에선 해양관광 명소로 꼽힌다. 사흘 이상 여유롭게 즐기면 좋겠지만 서울 출발 기준 1박 2일 일정도 가능하다.
◇첫날,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완도공용버스터미널(오전 8시10분~오후 1시10분)
기차역 없는 완도는 고속버스가 답이다. 서울에서 약 5시간이 소요되지만 최신형 우등고속이라서 좌석이 편안하다. 단, 운행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간표 확인 및 예매(kobus.co.kr)는 필수다. 우등고속버스 요금은 성인 4만100원, 주중(월~목) 2회, 주말(금~일) 3회 운행한다.
첫날은 완도버스터미널에서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농어촌버스를 타고 내리는 방식으로 정도리 구계등 해변과 청해포구 촬영장을 느긋하게 둘러봤다. 저녁은 9,000원짜리 한정식 백반. 15가지 이상 반찬에 라면까지 무료다. 완도타워는 저녁 식사 후 야간 산책에 제격이다. 바로 아래 바닷가의 파크힐컴포트호텔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둘째날, 렌터카 + 배 타고 생일도로 이동(오전 6시30분~8시25분)
아침은 완도읍내 식당에서 소머리국밥으로 해결한 뒤 렌터카를 이용해 약 33km 떨어진 조약도의 당목선착장으로 이동한다. 완도항보다 생일도로 가는 배편이 많을 뿐만 아니라 거리가 짧아 이동 시간(25분)을 줄일 수 있고, 요금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생일도에는 식당이 많지 않으니 미리 먹을 거리를 준비하는 게 좋다. 당목~생일도(서성항) 뱃삯은 성인 3,300원, 차량은 1만4,300원이다. 1일 9회 운항.
◇생일도의 특별한 생일케이크(오전 8시25분~9시)
생일도(生日島)의 지명은 ‘세상에 태어난 날’, 그 뜻 그대로다. 섬 주민들의 마음 씀씀이가 갓 태어난 아이와 같이 순박하다는 의미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커다란 생일케이크가 반긴다. 해산물과 과일로 장식한 케이크에 대형 초가 꽂혀 있는 형태로 높이 5.8m다. 국내에서 가장 큰 생일케이크 포토존이다. 주변은 잔디밭으로 조성해 휴식 공간으로 제격이다. 버튼을 누르면 세 가지의 생일 축하 노래가 흘러나와 여행객도 진짜 생일을 맞은 듯 들뜬다. 앞으로 완도군청과 생일면사무소에서 실제 생일인 여행객에게 미역국을 제공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할 예정이라니 더욱 기대된다.
◇곱디고운 금곡해수욕장에 반하다(오전 9시~11시)
일반적으로 생일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백운산 등산과 섬 드라이브, 두 가지. 백운산(483m) 등산 코스는 일출공원과 학서암을 거친다. 일출공원에선 12지지 동물 캐릭터가 익살스런 표정으로 다시 한번 생일을 축하한다. 학서암을 경유해 산 정상에 오르면 완도와 고흥, 여수 주변 다도해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날이 좋으면 먼 바다 건너 한라산까지 보인다.
그러나 짧은 일정으로 등산은 무리여서 대부분은 드라이브 코스를 택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서성항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섬을 한 바퀴 돌면 된다. 첫 목적지는 금곡해수욕장. 아담하면서도 구름 위를 사뿐히 걷는 느낌이다. 고운 모래와 맑은 바다가 이국적인 풍경을 빚는다.
◇금머리갯길 산책과 ‘멍 때리기’ 도전(오전 11시~오후 1시)
금머리갯길은 짧은 시간 섬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친구로 갔다가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길로, 전체 5.5km 중 금곡해수욕장~용출마을 3.5km 코스가 인기다. 현재는 목재 덱이 훼손돼 이엘관광농원부터 시작된다. 이 길 세 곳에 ‘멍 때리기 좋은 곳’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숲을 빠져 나와 크고 작은 바위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 널려 있는 너덜겅이 첫 번째 ‘멍 때리기’ 장소다. 일단 마음에 드는 바위에 편안하게 앉는다. 휴대전화는 잠시 접어 두고, 생각하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것이 진정한 ‘멍 때리기’ 고수의 자세다.
동백숲을 지나면 탁 트인 바다 풍경에 가슴 속까지 상쾌해진다. 이후에도 너덜겅과 숲길이 반복된다. 녹색 숲과 파란 바다에 하얀 바위까지, 생일도의 삼색 매력에 흠뻑 빠지는 길이다. 한 시간 남짓 걸으면 두 번째 ‘멍 때리기’ 장소, 용출갯돌밭이다. 살짝 눈을 감으면 돌이 파도에 씻겨가는 소리가 경쾌한 음악처럼 들린다.
세 번째 장소는 굴전마을 구실잣밤나무 숲이다. 구실잣밤나무는 남해안에 자라는 난대 수종으로서 숨을 들이쉴 때마다 녹색 기운이 온몸에 흡수되는 기분이 든다. 섬을 한 바퀴를 돌아 서성항에 도착했다. 남은 시간은 200년 수령의 생일송 아래에서 보냈다. 여행객을 두 팔 벌려 반갑게 맞이하는 듯한 자태가 일품이다. 넓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잠시 단잠을 즐겨도 좋겠다. 매년 정월에 주민들이 제를 올리며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오후 1시40분 배로 섬을 나왔다. 완도로 돌아가 렌터카를 반납한 후, 3시10분 고속버스에 몸을 실으며 꿈 같은 생일도 인생여행을 마무리한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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