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단체 방해 공세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여파가 이어지고 있지만 27일 수요시위는 평소처럼 이어졌다. 이 할머니의 비판으로 시위가 위축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집회는 여성계ㆍ종교계 등 정의연 지지 단체 회원들이 몰려 종전보다 더 큰 규모로 진행됐다.
이날 낮 12시 정의연과 전국여성연대는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인근에서 제1441차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지난주 수요시위 참석자는 60여명 수준이었으나 이날은 여성연대,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관계자 등 100명 이상이 자리해 “평화의 상징인 수요시위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최 발언에 나선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이번 사안이 피해자의 입을 통해 불거져 정의연 지지 단체들마저 잠시 주춤했지만 이 문제의 본질은 30년의 긴 투쟁에도 일본 정부가 사죄 및 배상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며 “여성단체는 정의연과 연대해 위안부 운동을 폄하하는 혐오세력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정의연이 해외 시민단체의 위안부 운동 성과를 가로챘다는 의혹을 의식한 듯 일본ㆍ뉴질랜드ㆍ미국 등 교포 활동가들의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재일교포 양징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전국행동 대표는 영상을 통해 “이 할머니가 한ㆍ일 젊은이들 왕래하며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정의연과 함께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며 “정의연이 일본 학생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힘써왔고 현지에서 성과를 느끼고 있다는 점을 할머니께 말씀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 할머니는 앞서 25일 회견에서 “데모(수요시위)만 하는 위안부 운동이 아닌 한ㆍ일 청소년 교류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의연도 연대 단체들의 힘을 입어 3주간 이어진 의혹 보도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정의연은 검찰의 모든 수사절차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으니 더 이상의 억측과 섣부른 의혹 제기는 자제해 달라”며 “(위안부 운동을 비판하는) 끔찍한 강풍의 칼날 끝에 뭐가 남을지 제발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참석자들은 “정의연 힘내라”고 환호하며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정의연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극우보수단체의 방해 공세도 더욱 거세졌다. 엄마부대 등이 수요시위 현장 인근에서 음향 장비를 이용해 “소녀상을 철거하라”, “윤미향을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치면서 수요시위 참석자들의 발언이 종종 묻히는 일도 발생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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