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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교수 “진보, 코로나 이후 기득권 집단化 가능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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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교수 “진보, 코로나 이후 기득권 집단化 가능성 크다”

입력
2020.05.27 18:00
수정
2020.05.27 20:5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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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위기 때 시민보다 정부의견 우선… 10년 전엔 보수가 더 ‘정부 편’

2015년 9월 본보와 인터뷰 중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5년 9월 본보와 인터뷰 중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이제 진보가 보수보다 ‘정부 말을 잘 듣자’는 주장에 더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중민재단)이 27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위기 때 정부 결정과 시민 의견 중 어느 쪽을 우선시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자신을 진보라 여기는 이들이 더 정부 편을 들었다. ‘정부 결정 우선’ 대 ‘시민 의견 우선’을 물었을 때 진보는 81.1% 대 18.9%, 보수는 56.9% 대 43.1% 비율을 기록했다. 조사는 이달 초 전국 성인 남녀 1,05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10점 척도(숫자가 작을수록 정부 편) 평균을 봐도 진보는 3.87, 보수 5.12를 기록했다. 변화의 폭은 진보 측에서 두드러졌다. 2010년 같은 조사 때 5.22였던 보수의 평균이 올해는 5.12를 기록, 국가 쪽으로 조금 옮겨갔다. 하지만 진보는 같은 기간 6.02에서 3.87로 크게 정부 쪽으로 옮겨갔다.

통치와 법치 중 무엇이 우선인지에 대한 입장도 역전됐다. 보수는 통치를, 진보는 법치를 선호한다는 게 통념이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비상시국 하의 정부 자유재량권은 법을 떠난 통치 행위로서 항상 정당하다’는 의견에 가까운 응답자 비율이 진보(81.5%)가 보수(59.3%)보다 훨씬 더 높았다. 10점 척도로 평가해봐도 진보가 평균 4.06점으로 보수의 평균 5.01점에 비해 1점 정도 높았다.

이렇게 바뀐 보수 진보 지형은 다른 부분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가령 세대별 조사에서 586세대가 주축인 50대는 20대보다 정부 편에 가까웠다. 20대는 그 반대였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해서도 보수, 진보 모두 반감을 드러냈지만 진보의 혐오감(평균 2.45)이 보수(3.48)보다 더 컸다.

중민재단 측은 이를 근본적 변화로 간주했다. 재단 이사장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진보가 더 이상 시민사회를 대변하는 과거의 진보가 아니라면 국가 권력 중심의 기득권 집단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보수ㆍ진보 양측의 극심한 진영논리를 반영한 결과 아니냐는 질문에 한 교수는 “그런 해석도 가능하다”면서도 “진보가 권력 쪽으로 휩쓸려 들어가며 상식과 공동체에서 멀어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경험이 촉매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가 떠난 공백을 메우는 게 보수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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