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수 한국방역협회장 인터뷰
“일감이 없는 겨울이라 다행이었지만 여름에 또 집단감염이 벌어지면 방역업체들이 감당하지 못한다.”
26일 서울 성동구의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홍원수(64) 한국방역협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말부터 계속된 방역 현장을 돌이키며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의 조명을 받은 ‘K-방역’의 한 축을 민간 방역업체들이 떠받쳤다는 얘기다. 홍 협회장은 “방역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방역협회는 1979년 전염병예방법(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해충ㆍ살균 소독이 전문인 민간 방역업체 600여 곳이 회원사다.
홍 협회장은 방역협회를 ‘공공방역 예비군’이라고 설명했다. 평소엔 감염병 예방 홍보 및 회원사 지원 등 이익단체로 활동하다 감염병 사태 때는 정부를 도와 공공방역에 나서기 때문이다. 정부 요청에 따라 협회가 민간 업체들을 공공업무에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협회가 공공방역을 지원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방역협회는 올해 1월 중국 후베이성(湖北) 우한시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퍼지자 ‘긴급대응 방역단 발대식’을 열고 방역 태세에 돌입했다. 미생물ㆍ방역 관련 교수 등 자문위원들과 협회 지회장들은 방역 지침을 마련해 전국 회원사에 전파했다. 홍 협회장은 “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며 쌓은 노하우 덕에 신속하게 매뉴얼을 만들어 초기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확산한 2, 3월은 홍 협회장이 가장 긴장한 시기였다. 그는 “새벽에 전화를 걸어 ‘확진자 동선이 나왔으니 당장 방역해달라’는 구청들의 요청이 쏟아졌다”면서 “회원사 직원들은 5분 대기조처럼 현장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또 “생활치료센터가 지정되면 24시간 내에 장비와 약품을 구해 시설을 방역하고 방역 초소 등을 설치했다”라며 “겨우 팀을 꾸려놓으면 다음날 정부가 ‘지역이 바뀌었다. 다시 알아봐달라’고 연락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 협회장은 이런 방식이 여름에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역의 상당 부분을 민간 업체 직원들의 사명감과 희생에 의존하는 데다가, 여름철에는 살충 소독 등 업무가 2, 3배 늘기 때문이다. 홍 협회장은 “업체 직원들은 레벨D 보호복도 지급받지 못한 채 현장에 뛰어들었다”면서 “소독약과 장비 가격이 3~5배 올랐어도 사명감으로 공공방역을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를 준수해야 하는 것도 어려움이다. 홍 협회장은 “여름철엔 원래 90% 이상이 살충 소독”이라며 “주 52시간 근무까지 걸려 있는 상황에 선뜻 정부의 요청에 응할 곳이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홍 협회장은 ‘제2 신천지 사태’가 터지기 전에 정부가 예비 방역 인력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한적십자 자원봉사자 등에게 방역 교육을 받게 하는 것도 예비 인력 확보의 한 가지 방법”이라며 “업체들이 공공방역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주 52시간 근무 제한을 한시적으로라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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