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를 통해 총수인 박현주 회장 일가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미래에셋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4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박 회장과 미래에셋은 검찰 고발 조치는 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들을 동원해 총수일가 지배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와 관련해 미래에셋그룹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3억9,100만원을 부과한다고 27일 밝혔다. 박현주 회장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회사와 박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그룹 차원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보험 등 11개 계열사가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블루마운틴 컨트리클럽(CC)과 포시즌스호텔을 이용하도록 했다. 계열사들은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 호텔에서 임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사용하도록 하고, 행사ㆍ연수를 진행했으며 명절 선물도 두 곳에서 구매를 했다. 블루마운틴CC에서는 골프장 진입로와 직원 유니폼, 스코어카드 등에 계열사 로고를 노출하는 광고를 진행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미래에셋컨설팅에 몰아준 일감은 총 430억원에 달한다. 블루마운틴CC에는 3년간 297억원, 포시즌스호텔은 133억원어치 거래가 이뤄졌다.
블루마운틴CC는 2016년 계열사 매출 비중이 72%까지 높아지면서 2013년 개장 후 3년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포시즌스호텔도 2015년 개장 이후 3년간 적자 폭이 현저히 감소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2017년 기준 호텔 관련 사업부문 매출액 8위 회사로 뛰어올랐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의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제재를 결정했다.
총수 일가가 일정한 지분(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와 거래하는 경우 거래 조건을 합리적으로 고려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 등을 통해 거래를 해야 하는데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동일인인 박 회장이 48.63%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배우자와 자녀 등 친족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91.86%에 달하는 사실상의 가족회사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과 박 회장에 대한 고발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주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박 회장이 직접적으로 지시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과징금은 일감몰아주기 수혜를 입은 미래에셋컨설팅에 21억5,100만원을 부과했으며, 광고 등을 통해 거래 규모가 컸던 ‘주요 3사’인 △미래에셋대우(10억4,000만원) △미래에셋자산운용(6억400만원) △미래에셋생명(5억5,700만원)에도 억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거래 상대방 선정과 계약 체결 과정에서 객관적ㆍ합리적 검토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무조건적인 거래를 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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