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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최초의 중국풍 ‘가상 아이돌’, 코로나 딛고 애국 열풍 주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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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최초의 중국풍 ‘가상 아이돌’, 코로나 딛고 애국 열풍 주도할까

입력
2020.05.31 10:00
수정
2020.05.31 19: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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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공지능(AI) 업체 X모브가 개발해 선보인 최초의 중국풍 가상 아이돌 ‘링’. 중국의 기술과 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 서구나 일본에서 만든 캐릭터와는 외모에서 확실히 차별화된다. 인스타그램 캡처
중국 인공지능(AI) 업체 X모브가 개발해 선보인 최초의 중국풍 가상 아이돌 ‘링’. 중국의 기술과 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 서구나 일본에서 만든 캐릭터와는 외모에서 확실히 차별화된다. 인스타그램 캡처

중국의 가상 아이돌 ‘링(Ling)’이 공개됐다. 외모에서 중국 고유의 전통 색채가 물씬 풍겨나는 최초의 인공지능(AI) 캐릭터다. 앞서 가상공간에서 선보인 캐릭터들이 서구나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모방하는 데 급급해 국적 불명이라는 비판에 시달린 것과 대조적이다.

제작사 측은 “표정과 눈, 손가락,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인간을 빼어 닮았다”면서 “실시간 방송과 홍보, 판매, 온ㆍ오프라인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가상 아이돌 ‘뤄톈이(洛天依)’가 등장한 이래 중국의 관련 사업은 인터넷 트렌드를 주도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맞고 있다. 2018년 1억위안(약 173억원)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15억위안(약 2,58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뤄톈이는 지난해 중국 최고의 피아니스트 랑랑(郞朗)과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중국 가상 아이돌 뤄톈이가 홀로그램 방식으로 무대에 등장해 피아니스트 랑랑과 협연을 하고 있다. 바이두 캡처
중국 가상 아이돌 뤄톈이가 홀로그램 방식으로 무대에 등장해 피아니스트 랑랑과 협연을 하고 있다. 바이두 캡처

특히 가상 아이돌을 내세워 온라인에서 생방송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의 경우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액은 2018년 400억위안(약 6조8,800억원)이던 것이 올해 3,900억위안(약 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4월 중국 뷰티 산업에서 가장 각광받는 쇼핑 호스트 리자치(李佳奇)와 뤄톈이의 공동 방송 당시 460만명이 참여해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상업적 성공과 달리 중국은 가상 캐릭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해 불안심리가 고조되던 지난 2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온라인 공간에서 ‘장산자오(江山嬌ㆍ강산이 아름답다)’와 ‘훙치먼(紅旗漫ㆍ붉은 깃발이 펄럭인다)’이라는 남녀 캐릭터를 앞세웠다. 정부 정책을 알리고 젊은층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중국 공청단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월 대국민 홍보를 위해 온라인 계정을 통해 선보인 가상 캐릭터 장산자오와 홍치먼. 하지만 짙은 정치색에 대한 네티즌의 반발로 4시간만에 자취를 감췄다. 바이두 캡처
중국 공청단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월 대국민 홍보를 위해 온라인 계정을 통해 선보인 가상 캐릭터 장산자오와 홍치먼. 하지만 짙은 정치색에 대한 네티즌의 반발로 4시간만에 자취를 감췄다. 바이두 캡처

하지만 1,200만 팔로워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닥쳐 불과 4시간만에 자취를 감추는 망신을 당했다. 시각적으로 별다른 매력이 없던데다 두 캐릭터의 이름 자체가 마오쩌둥(毛澤東)의 작품에서 인용한 것이라 거부감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 달리 새로운 가상 아이돌 링은 기술적 완성도는 물론 중국 문화의 우수성과 소프트 파워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리며 내부적으로 애국심을 강조하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중국 인민망이 연중 최대 정치행사 ‘양회’에 앞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가안보가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됐다.

다만 링이 중국인들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기폭제가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생경한 캐릭터에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가 3만명에 불과해 400만명이 넘는 뤄톈이에 크게 못 미친다. SNS에서 아직까지는 “눈에 띄긴 하지만 글쎄…”라는 반응에 그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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