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ㆍ15총선에서 광주서구을에 당선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측의 불법 전화 선거운동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거론된 의문의 사진들이 양 당선인 선거캠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공동대표로 있는 A포럼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에서 공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포럼의 사무처장이 양 당선인 선거캠프 기획실장으로 활동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지역 정치권에선 “이 포럼이 양 당선인의 외곽조직으로 활동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한국일보가 27일 입수한 A포럼 임원진(64명) 단톡방 일부 대화 내용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오후 5시 36분 이 단톡방에 양 당선인 선거캠프 요직을 맡았던 B씨와 광주 서구의회 C의원 등 6명이 테이블에 마주 앉거나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된 사진 2장이 올라왔다. 이 사진은 양 당선인의 고교 동문이 선거캠프에서 촬영한 뒤 단톡방에 올렸다. 당시 이 사진들이 단톡방에 올라오자 다른 참여자들은 “수고하십니다”, “열심히 하셨군요”라고 댓글을 달아 응원했다. 이어 B씨도 당내 경선 투표(3월 3~4일) 때 양 예비후보에게 투표해달라는 내용의 웹자보를 올렸다. 이 사진 속 등장인물 중엔 3월 말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당내 경선과 관련해 전화를 이용한 불법경선운동을 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양 당선인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4명 중 3명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진들은 전화를 이용한 불법경선운동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문제의 사진과 경선 관련 정보 등이 단톡방에서 공유되고, 양 당선인도 이 단톡방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A포럼 실체와 성격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A포럼은 지난해 4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발족했지만 사무실도 없고 법인 등록도 되지 않은 외견상 자생단체다. 당초 이 포럼은 분기별로 경제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주제 강연을 듣고 지역발전방안 등을 모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포럼은 발족 당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었던 양 당선인을 첫 번째 강연자로 초청한 이후 두세 차례 강연회를 열었을 뿐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총선 정국에선 포럼 임원 등 상당수가 양 당선인 캠프에서 요직을 맡거나 캠프에 합류하면서 A포럼이 양 당선인의 외곽조직으로 변질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실제 포럼 공동대표와 사무처장이 양 당선인 캠프의 조직을 담당하는 총괄선대위원장과 기획실장을 각각 맡았다. A포럼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 볼 땐 그렇게 (외곽조직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 (포럼)사람들이 (양 당선인 캠프) 인프라로 많이 들어오다 보니까 그렇게 (외곽조직으로) 비춰졌을 뿐”이라며 “A포럼은 양 당선인 지지모임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양 당선인과 지지자들이 이 포럼 단톡방에 참여하고 양 당선인을 홍보하는 내용 등이 단톡방에 공유됐던 것으로 전해져 A포럼과 양 당선인 캠프가 서로 연대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그도 그럴게 양 당선인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A포럼에 대해 처음엔 “저희 포럼이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A포럼이 캠프와 관련된 외곽조직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선 “포럼은 캠프와 관계가 없는 것 같다”고 애매하게 답변했다. 이와 관련, A포럼 대표도 “포럼에서 양 당선인 캠프를 도와준 건 없었다. 나도 선거운동도 안 하고 (양 당선인 캠프에)오신 분들 지휘만 해줬다”고 둘러댔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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