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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한 딸과 15년 별거 후 해후… “정서적 유대 깊다면 모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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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한 딸과 15년 별거 후 해후… “정서적 유대 깊다면 모녀 관계”

입력
2020.05.27 11:59
수정
2020.05.27 19:3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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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양친자 관계 부정한 2심 뒤집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임신이 안돼 데려온 여자아이와 5년을 함께 살다가 남편과의 이혼으로 15년 동안 헤어졌지만 아이가 성년이 된 뒤 다시 재회하게 된 ‘엄마와 딸’. 비록 직접 낳지 않았고 오랜 기간 떨어져 살았지만 서로 유대감이 강했던 이들에게 법적으로도 모녀 관계가 인정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급심은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으나, 대법원은 “동거ㆍ양육보다는 정서적 유대관계가 더 중요하다”며 모녀 관계 성립을 인정했다.

모녀의 사연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 후 3년 넘게 아이를 갖지 못하던 A씨 부부는 당시 갓 태어난 여자아이 B씨를 소개받고 데려와 양자가 아닌 친자로 출생신고를 했다. 하지만 A씨는 5년 뒤 남편과 이혼하고 새 가정을 꾸리면서, B씨와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됐다. B씨가 만 20세가 되던 해 두 사람은 재회했고, 이 때부터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으며 왕래를 시작했다. A씨는 B씨가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산후조리원을 방문한 데 이어 B씨의 아이 돌잔치에도 참석했다.

문제는 2015년 8월 엄마 A씨가 사망하면서 발생했다. A씨의 친동생은 “B씨가 A씨의 친생자가 아닐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아무런 유대관계 없이 지내고 있어 두 사람 사이에 양친자관계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호적상 두 사람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1심은 “(입양 아이를 친자라고 신고한) B씨에 대한 출생신고 형식이 잘못됐다 해도 출생신고 당시 A씨 부부에게 B씨를 입양해 기르려는 의사가 있었다”며 “이후에도 상당기간 가족으로서 공동생활관계가 지속돼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갖춰졌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B씨와의 신분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사망한 이상 제3자에 불과한 A씨 동생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2심은 B씨에 대한 출생신고가 입양 효력을 발생시킨 것으로 보지 않았다. 허위 출생신고가 입양으로 인정되려면 B씨 생부모의 승낙이 있거나 B씨가 만 15세가 된 이후 입양사실을 묵시적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이런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B씨는 A씨가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몰랐고, 당연히 생부모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한 번 뒤집으며 두 사람 사이에 법적인 모녀 관계가 성립한다고 봤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씨 동생이 낸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가 현실에서 실현되는 모습이 다양한 것처럼 양친자의 신분적 생활관계 또한 현실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A씨와 B씨에 양친자 관계 판단에서 동거나 양육여부를 주된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과거 양친자 관계를 맺고 살아오면서 형성됐을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감정 내지 정서적 애착, 그리고 성년인 양자와 양모 각자의 재회 당시 처지 등을 고려해 그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 및 그들 사이의 정서적 유대관계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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