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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서버 충분” 넷플릭스 ‘먹통’에 통신사 반색?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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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서버 충분” 넷플릭스 ‘먹통’에 통신사 반색? 이유는

입력
2020.05.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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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25일 한밤 중 접속 지연 문제를 일으키자 온라인상에서는 그 이유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주로 접속 폭주, 네트워크 장애 등이 원인으로 주목됐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네트워크 문제보다는 넷플릭스가 운영하고 있는 서버의 용량이나 운영방식의 문제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 넷플릭스 이용자가 접속 불가 문제를 겪은 건 25일 밤 10시부터 11시 사이다. 이용자가 많은 시간인데다 이날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버전의 ‘설국열차’가 공개돼 접속량(트래픽)이 급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설국열차가 공개된 시간은 오후 4시라 한밤 중에 트래픽을 집중시킬 만한 요인은 아닐 것이란 분석이다. 넷플릭스 측은 “접속 오류의 원인이 접속량 증가 때문은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네트워크 문제? 통신사들 “NO”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통신사들의 네트워크로 넷플릭스 서버에 접속하게 돼 있어 일부 네티즌들은 네트워크 문제가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우선 사업자별로 접속 경로를 살펴보면, 넷플릭스 본사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KT와 SK브로드밴드 가입자는 국가 간 데이터 접속을 돕는 국제해저케이블을 타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인터넷(IP)TV 독점 제휴를 맺고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캐시서버를 국내에 두고 있다. 캐시서버는 한국 이용자들이 자주 보는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 두는 공간으로 속도 향상 등의 효과가 있다. 넷플릭스는 이처럼 캐시서버를 설치해 트래픽 병목 현상을 줄여 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을 ‘오픈커넥트’라고 부른다.

이번 접속 오류는 통신사를 불문하고 발생했다. 만약 네트워크 문제라면 커버리지(네트워크 서비스 영역)에 해당하는 특정 지역에서 넷플릭스뿐 아니라 다른 인터넷 서비스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어야 하지만 넷플릭스만 접속 지연이 나타났다. 네트워크가 아닌 넷플릭스 서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특정 서비스 접속 지연은 예상을 벗어난 트래픽 증가와 부족한 용량 문제가 겹칠 때 발생하기도 하고, 서버 자체에서 예기치 않은 오류가 발생해 순간 셧다운 되는 경우도 있다”며 “트래픽 변화에 대비해 예비용량을 확보해 둬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먹통’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통신사들의 경우 가장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 시점 대비 40~50% 이상 용량을 예비로 확보하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넷플릭스 서버는 여유 용량이 부족하거나 예기치 않은 오류를 예방할 기술적 조치가 미흡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민망해진 ‘오픈커넥트’ 정책 

한시적 접속 오류에 업계가 주목하는 건 넷플릭스의 ‘오픈커넥트’ 정책에 있다. 망 사용료를 두고 “못 낸다”는 넷플릭스와 “내라”는 SK브로드밴드의 법정 싸움과 최근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에서 오픈커넥트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지불 대신 오픈커넥트를 확대하고 싶어 한다. 유일하게 오픈커넥트를 받아들인 LG유플러스도 망 사용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법의 경우 넷플릭스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도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데, 넷플릭스는 오픈커넥트가 충분한 기술적 조치라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SK브로드밴드에도 넷플릭스는 오픈커넥트를 제안했지만 SK브로드밴드에선 넷플릭스가 초고화질(UHD) 영상까지 제공해 캐시서버만으론 품질이 확보되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번 접속 오류는 오픈커넥트로 충분히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넷플릭스 입장과 상충하는 일”이라며 “접속 오류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는 않겠지만 넷플릭스법을 자사에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힘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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