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없이 국내 복귀를 밝힌 강정호(33)의 노림수가 3루수로 고민을 안고 있는 키움의 취약점을 찔렀다.
올해 우승 후보로 꼽혔던 키움은 3루 포지션에 큰 구멍이 생겼다. 주전 3루수로 출발한 외국인 선수 테일러 모터의 부진으로 김혜성, 김주형 등을 대신 활용했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재미를 전혀 못 봤다.
모터가 2군에서 4경기 연속 홈런을 친 이후 26일 창원 NC전에 복귀했지만 4타수 무안타로 반등은 없었다. 이날 모터가 우익수로 출전하면서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주형 역시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 김주형의 대타로 타석에 선 김혜성도 투수 땅볼로 쉽게 잡혔다. 26일 현재 키움의 선발 3루수 타율은 0.138(65타수 9안타)다.
주축 타자 김하성이 3루수를 볼 수 있지만 주포지션은 유격수로 임시방편일 뿐이다. 더구나 김하성은 올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려서 내년 내야진에 큰 공백이 생길 수 있다. 키움으로서는 답이 안 나오는 3루 고민이다.
이런 팀 상황을 고려할 때 음주운전 삼진아웃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로부터 ‘1년 유기실격 및 300시간 봉사활동’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강정호는 키움에 매력적인 카드다. 강정호를 향한 야구 팬의 극에 달한 분노가 관건이지만 키움은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악마의 재능’을 가진 강정호를 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키움이 내야진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내 복귀 문을 두드린 강정호의 노림수는 통했다고 볼 수 있다. 강정호는 음주운전 삼진아웃에 따른 KBO 규정을 교묘하게 피했다. 3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 선수는 3년 이상의 유기 실격 처분을 받지만 이 규정은 2018년에 개정됐다. 이에 메이저리거 신분이던 강정호에게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만약 KBO 상벌위원회가 3년 실격 징계를 내릴 때 법정 다툼으로 번지면 강정호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판단이 고려된 측면도 있다.
KBO 상벌위에는 5명 중 위원장 포함 법률 전문가만 3명이다. 강정호는 또한 키움 구단과 논의도 없이 이례적인 개인 자격으로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KBO에 제출했고, 상벌위에 제출한 반성문에는 누가 품어주기도 전에 복귀를 가정하며 연봉 사회 환원 카드를 담았다. 연봉 기부도 복귀 해인지, KBO리그에서 뛰는 기간 전액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개인 반성문은 KBO의 징계 처분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소속사 이메일로 전달했다.
공은 일단 키움에 넘어갔다. 강정호의 임의탈퇴를 풀지, 말지는 구단에 달렸다. 사령탑 손혁 감독의 의중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손 감독은 26일 NC전을 앞두고 “지금은 강정호 얘기보다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하다”며 “빨리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강정호 측에서 아직 공식적인 복귀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지금 분위기에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욕을 먹겠지만 요청이 오면 구단에서도 다각도로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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