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곧 비서관급 인사…홍보기획 한정우·춘추관장 김재준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내정됐다. 지난해 1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서 물러난 지 1년 4개월 만이다. 행정관 사퇴 당시 그는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보도에 “제 자리가 아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전을 총괄하는 1급 핵심 비서관이 결국 ‘탁현민의 자리’였던 셈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에 입성한 탁 위원은 2007년 쓴 책에서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 혐오적 관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실이 밝혀져 시민사회에서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았고, 이듬해 행정관을 그만 뒀다. 그런 인사가 영전해 청와대에 복귀한다는 사실을 놓고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탁 위원은 이르면 이번 주 의전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승진 복귀한다. 그는 문재인 정부 내내 문 대통령 참석 행사를 기획했고, 기획력에 관한 한 여권에서 인정 받았다. 문제는 그의 여성 혐오 전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여중생 한 명을 섹스로 공유했다. 좋아하는 애가 아니었기에 어떤 짓을 해도 별 상관이 없었다” 등 저열한 성인식을 드러냈으나,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탁 위원을 요직에 거듭 발탁하는 것은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페미니즘 정부’라는 어젠다의 진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여권 한 관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꾸릴 여유도 없이 임기를 시작해야 했던 정권 초기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며 “정권의 틀이 잡힌 시점에 탁 위원이 아니면 안 되는 의전이 어떤 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탁 위원의 재발탁으로 문 대통령의 ‘위험한 신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2017년 정현백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 탁 위원의 행정관 사퇴를 청와대에 건의한 사실을 공개하며 “그 이후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좀 무력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탁 위원은 지난해 6월 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제가 쓴 책 내용과 저의 공직 수행은 거리가 있다고 봤다. 저를 공격하는 부분에는 또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행정관을 그만 둘 수 없었다”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정치적 공세로 치부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국민소통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과 춘추관장 등 비서관 인사도 조만간 단행한다. 홍보기획비서관에는 한정우 현 춘추관장이, 춘추관장에는 김재준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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