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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보수 뛰어넘는 거대 진보국회…민주당과 86의 독주 계속될까

입력
2020.05.27 14:00
수정
2020.05.27 18:4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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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Wide] <30일 개원, 21대 국회 미리 보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전경. 홍인기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전경. 홍인기 기자

30일 4년의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그 한복판인 2022년 3월 9일에 20대 대선이 실시된다. 정치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크고 의원들의 다짐도 단단하지만, 21대 국회는 대선이라는 블랙홀에 종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20대 국회를 돌아봐도 탄핵-대선을 기준으로 그 전과 후는 매우 달랐다. 소규모 정계개편도 반복됐다. 앞으로 4년 역시 그럴지도 모르겠다. 특히 대선 이전 2년, 즉 21대 국회 전반기는 이념이나 비전, 개헌 같은 의제 보다는 대선을 향하는 구도를 중심으로 국회와 정당들이 움직일 것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1990년 민자당, 2008년 한나라당, 2020년 민주당

여당의 의석은 180석에 육박하고 1야당은, 비례위성정당과 합당을 완료해도 100석을 겨우 넘긴다.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반환점 이후 점점 올라가서 안정적으로 60%대를 기록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의 경우 여당 인사들이 압도적 격차로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향후 4년간 21대 국회도, 다음 대선도 뻔해 보인다. 여당 강세가 좀처럼 꺾일 것 같지 않다. 과연 그럴까?

민주화 이후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여야 격차가 이렇게 압도적으로 벌어진 것은 두 번이다. 첫 번째는 3당 합당. 1990년 1월에 민정당과 통일민주당 그리고 공화당이 통합해 218석의 슈퍼여당인 민자당을 만들었다. 두 번째는 2008년 18대 총선이다. 여당인 한나라당만 따지면 153석으로 절반을 겨우 넘겼지만 친박연대가 14석. 친박무소속연대가 12석 등 한나라당 계열 정당이 179석을 얻었고, 역시 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자유선진당이 18석을 얻었다.

30년 전 그리고 12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힘의 불균형 외에도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다. 먼저 ‘미러링’이나 다름없는 구도의 유사성이다. 1990년과 2008년은 보수와 중도보수가 결합해 진보에 대해 압도적 우위를 보였고, 지역적으로는 호남을 포위해 고립시키는 형국을 만들었다. 이걸 그대로 뒤집으면 2020년이 된다.

그 다음은 차이점. 1990년 3당 합당은 민의에 반하는 인위적 정계 개편을 통한 결과물이었다. 2008년 ‘범한나라당’의 압도는 ‘이명박’이라는 깃발과 ‘박근혜’라는 깃발의 경합으로 확장력을 발휘해 영역을 극대화한 것이다. 반면 이번 21대 총선에서 여당은 ‘문재인 단일대오’를 통해 완벽하게 승리를 거뒀다. 당내에 비주류라 할 만한 흐름이 없고, 당 밖으로 봐도 총선을 통해 민주당의 왼쪽 격인 정의당과 오른쪽 격인 민생당 모두 크게 쪼그라들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이낙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이낙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민주당엔 약점이 없나

2020년 5월에야 주류 교체 이야기가 나오지만 따져보면 과거 보수여당의 압도적 우위가 생각만큼 오래가진 못했다. 민자당은 김영삼 대통령 집권 이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5ㆍ18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스스로 TK-PK연합을 해체했다. 그 다음에는 김종필계와도 결별했다. 물론 당시 보수연합의 뼈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3당 합당의 골간은 불과 3, 4년 만에 무너졌다. 18대 국회의 압도적 여권 우위도 길지 않았다. 집권 초 광우병 촛불집회 국면에서 ‘헤게모니’가 큰 손상을 입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동력을 회복시켜 줬지만 2011년경부터는 현실 정치판 자체가 달라졌다.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등 야권의 장외 트로이카가 등장했다. 시장 보수인 친이와 정통 보수인 친박 연합 구도였던 새누리당이 박근혜 일극 구조로 전화해 대응한 끝에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신승에 성공했을 뿐이다.

민주당은 다를까? 21대 국회가 진보 우위를 강화하면서 모든 정당의 꿈인 장기집권과 1.5당 체제를 시작하는 장이 될 것인가? 여당의 비전과 현재의 여야 불균형을 예견한 보고서가 이미 작년에 나왔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작년 4월에 발표한 ‘대한민국 중심 정당의 혁신적 포용노선-더불어민주당의 길’이라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민주당의 비전을 ‘중심 정당’으로 제시하면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주변 정당’으로 규정했다. ‘주변 정당’은 “오직 반사이익에 골몰해 집권 여당의 실수만 바라면서 생활인의 절박한 삶의 문제를 외면하는 ‘생활불감 정치’와 시끄러운 소수에 영합해 민심과 당심이 끊임없이 괴리되는 ‘민생불감 정치’를 강행”하는 당이다. 반면 ‘중심 정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던 80%의 지지”를 받는 생활정치 정당이다. 과거 압도적 보수정당들이 유연성을 가지고 보수에서 중도를 포괄했듯, 민주당은 진보에서 중도를 포괄하겠다는 것. 21대 국회 출범을 앞둔 현 상황은 보고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는 정권 재창출과 ‘중심 정당’의 영속성 강화를 위한 키포인트가 또 담겨 있다. “여당이 사실상 여야의 역할을 모두 한다. 여야 정권 교체가 중심 정당 내에서 일어나는 1.5당 체제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단일대오’인 현재 민주당과는 꽤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3당 합당 이후의 민자당, 18대 국회 한나라당이 이 내용에 부합한다. 민정계와 민주계, 친이계와 친박계의 내부 경쟁이 있었다. 그리고 김영삼, 박근혜라는 ‘정권 교체형 여당 후보’의 출마를 통해 영토를 확장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만약 21대 국회 전반기에 여당이 이런 확장성까지 갖추면 대선과 국회 후반기는 볼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당이 확장성을 스스로 버리면 공간은 야당의 몫이 될 것이다.

86그룹, 언제 내려올까

구도 혹은 구조의 관점에서 21대 국회는 20대 대선과 결부되지만, 인물 혹은 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변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미 다르게 시작하고 있다. 21대 당선인 300명을 보면 2000년 이전에 등원했던 사람은 훙준표, 설훈, 김민석 이렇게 세 사람뿐이다.

보수 쪽을 보면 총선을 전후로 해서 서청원을 필두로 ‘친박’은 모조리 정리됐다. 정치 이력이 좀 있는 사람들이 몇몇 있지만 ‘친박’ ‘친이’라 부를 수 없다. ‘친박 출신’, ‘친이 출신’일 뿐이다. 문희상 의장, 박지원 의원 등의 동교동계 혹은 구민주계 역시 뒤안길로 사라졌다. 민주당은 ‘친문’ ‘86그룹’이라는 씨줄과 날줄로 교직된 ‘민주화 세력’이 근간이다.

이제 주류로서의 ‘86그룹’은 절정의 위치에 서있다. 청와대 정책실장, 부총리, 여러 장관, 국회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등등을 독차지하고 있다. 여당만큼은 아니지만 야당에서도 상대적 주류다. 앞으로 4년이 절정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도전과 비판을 통해 성공한 그룹은 그들이 도전과 비판의 대상이 되게 마련이다. 숫자만 많다고 해서 주류 자리를 지킬 순 없다. 솔루셔너(solutioner)이자 시스템 세터 역할을 수행해야 주류다.

그리고 안 바뀐다 안 바뀐다 말이 많지만 여야 모두 과거와 다른 스타일의 인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예컨대 연배도 배경도 출신지도 달랐던 민주당 비주류 초선 4인방 금태섭-김해영-박용진-조응천 가운데선 절반만 살아남았다.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의 존재감은 더 커질 것이다. 연배는 86그룹이지만 운동권 출신 위장 취업 노동자가 아니라 그냥 노동자였던 여당의 양향자와 야당의 김미애는 벌써 초선 이상의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절정의 자리에 서 있는 그룹들에 대한 도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질 것이다. 그 도전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그룹의 정체성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정풍운동의 주인공이 세월이 흐르면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역사의 법칙이나 다름없다. 김세연 등은 이미 변화의 중심이다.

물론 86그룹 내에서 차기 후보, 대통령이 선출될 수도 있다. 그런데 차기 대통령은 자기 주변을 생물학적, 혹은 정치적 뒷세대로 채울 것이다. 그에 따라 주류 구성의 변화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게다가 86그룹보다 더 윗세대가 차기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차기 지지율 1위가 1952년생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정치 주류에 대한 변화의 요구는 오히려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2022년 대선을 치르고, 2024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보면 중심적 얼굴들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세월을 거스를 순 없고 흐르는 물을 되돌릴 수도 없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윤태곤 실장은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대선, 서울시장선거 등에 참모로 직접 참여했고 국회에서도 일했다. 현재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에서 위기관리와 캠페인 전략을 컨설팅하며 방송과 매체를 통해 한국정치를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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