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로에 손 내밀자는 ‘렌트’… 코로나 시대 위안 되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로에 손 내밀자는 ‘렌트’… 코로나 시대 위안 되길”

입력
2020.05.27 04:30
23면
0 0
25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뮤지컬 ‘렌트’ 연출자 앤디 세뇨르 주니어. 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연을 하는 한국 무대가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25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뮤지컬 ‘렌트’ 연출자 앤디 세뇨르 주니어. 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연을 하는 한국 무대가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배우와 스태프가, 무엇보다 무대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어떻게든 응답하고 싶었어요. 팬데믹으로 힘겨운 시기라 더욱더 뮤지컬 ‘렌트’를 올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습니다.”

미국 브로드웨이 연출가 앤디 세뇨르 주니어(46)는 코로나19가 난리법석이던 지난달 중순 기어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가족, 친구도 말리지 못했다. ‘렌트’의 원작자 조너선 라슨(1960~1996)의 메모 때문이다. “삶의 공포에 질린 우리는 숨어 있지 말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25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세뇨르 연출은 “‘렌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나부터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국한 뒤 코로나19 음성 판정, 2주간 자가격리 과정까지 마치고 지난 6일 연습에 합류했다. 그는 “한적한 산 속에서 스태프가 사다 주는 치즈버거 먹으며 공연 준비했다”며 “하루 두 차례 체온 재고 보건당국에 알려야 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자가격리 뒤 서울 숙소로 이동할 때는 감격에 젖기도 했다. 거리 곳곳에 ‘렌트’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다.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동료들은 전부 실업 상태예요. 한국에서만 공연을 하고 있죠. 삶은 멈추지 않는다, 희망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걸 한국이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겁니다. 그런 한국 무대는 제게도 엄청난 영광이고요.”

뮤지컬 ‘렌트’ 출연진.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렌트’ 출연진. 신시컴퍼니 제공

‘렌트’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을 바탕으로 라슨이 쓴 자전적 뮤지컬이다. 1990년대 미국 뉴욕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꿈을 다뤘다. 1996년 초연 당시 혐오의 대상이었던 에이즈, 마약, 동성애 등을 정면으로 다뤄 호평받았다. 라슨의 비극적 죽음도 빠지지 않는 이야깃거리다.

세뇨르 연출은 원작자만큼이나 ‘렌트’와 인연이 깊다. 1997년 배우로 출연한 이래 23년간 함께하고 있다. 거리의 드러머 역할로 2005년, 2008년 두 차례 내한 공연에도 참여했다. 배우에서 연출자로 변신한 건 2011년. 쿠바, 일본 등에서 공연했다. 혹여 지겹지나 않을까. 세뇨르 연출은 한마디로 되받았다. “고향이나 가족에게 질리는 경우도 있나요?” ‘렌트’는 그에게 그런 존재다.

코로나19 시대, ‘렌트’의 의미는 더 각별하다. 이제 에이즈 환자, 성소수자 등을 대놓고 혐오하는 일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혐오의 문제를 되살려 냈다. “뉴욕에서도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들은 이민자, 소수자, 유색인종 같은 소외계층이에요. 지금도 나아진 게 없는 거죠.”

뮤지컬 ‘렌트’ 개막을 앞두고 25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연습실은 막바지 연습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서재훈 기자
뮤지컬 ‘렌트’ 개막을 앞두고 25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연습실은 막바지 연습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서재훈 기자

다음달 16일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한국 무대에서는 새로운 캐스팅을 선보인다. 각자 다른 역할에 지원한 오종혁과 장지후를 뮤지션 로저 역에 캐스팅했고, 나이가 꽤 차이 나는 아이비와 김수하를 미미 역에 함께 발탁했다. 그는 “그간 작업했던 배우들 중 최고라 자부한다”며 엄지를 척 들었다.

‘렌트’의 대표곡이라면 감미로운 멜로디의 ‘시즌스 오브 러브(Seasons of Love)’. 세뇨르 연출은 “이 노래를 적어도 52만5,600번은 불렀을 텐데도 매번 그 안의 고통, 희망이 느껴진다”며 “코로나19에 지친 이들에게 이 노래로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