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내란목적 살인죄 무죄”… 베일에 싸인 내막 드러날지 주목
10ㆍ26 사태의 주역인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유족이 “내란목적 살인죄는 무죄”라는 취지로 40년 만에 법원에 재심을 청구한다. 법원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면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사건의 구체적 내막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전 부장의 재심 변호인단은 26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심 청구 의사를 밝혔다. 재심 청구인은 김 전 부장의 여동생으로, 유족이 김 전 부장 재심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변호인단과 유족은 재심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 사살 동기와 의미, 신군부의 수사 및 재판 개입 여부 등을 밝혀낼 계획이다. 변호인단은 “최근 한 언론 보도에서 공개된 녹음테이프의 녹취록을 통해, 보안사령부가 쪽지 재판으로 재판에 개입했고 공판 조서에 피고인들이 발언한 내용과 재판 진행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며 재심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이 녹음테이프는 전두환이 이끌던 보안사령부가 재판부 동의 없이 위법하게 1ㆍ2심 군법회의 전 과정을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 차지철 청와대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내란목적살인 및 내란미수죄)로 기소됐다. 재판은 6개월 만에 3심까지 끝났고, 김 전 부장은 1980년 5월 24일 사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당시 재판과정이 사실상 비공개됐고 언론보도지침에 의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아 살해 동기 등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김 전 부장이 당시 법정에서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 나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그리 한 것이었다. 아무런 야심도, 어떠한 욕심도 없었다”고 말했던 사실만 전해진다. 당시 대법원은 내란목적 범죄사실에 대해 8대 6으로 팽팽하게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장은 사망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란을 일으킨 반역자’와 ‘민주주의를 앞당긴 인물’로 평가가 엇갈린다. 유족은 입장문에서 “재심을 통해 10ㆍ26과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논의의 수준이 진화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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