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경제 밀월’을 본격화하고 있다. 극심한 연료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란 유조선 5척이 잇따라 도착했다. 당초 우려했던 미국과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미 제국주의에 맞선 혁명국가’임을 자부했다.
25일(현지시간) 오전 1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서부 엘팔리토항에는 타레크 엘 아이사미 석유장관과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장관 등 고위급들이 직접 나서 입항하는 이란 유조선 ‘포천’호를 환영했다. 이란이 추가로 파견한 유조선 4척도 속속 베네수엘라로 접근했다. 이들 유조선에는 총 153만배럴의 휘발유ㆍ첨가제 등이 실려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으로 꼽히지만 미국의 제재와 낙후된 생산시설로 연료난에 시달려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란 유조선 입항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국영 텔레비전 연설에서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미국 제국주의 앞에 절대 무릎 꿇지 않을 혁명국가들”이라며 “우리는 자유롭게 거래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북한과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지목한 3대 ‘불량 국가’다.
베네수엘라로부터 석유를 공급받는 쿠바도 이란 유조선의 입항을 환영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란 유조선이 베네수엘라에 도착한 것은 범죄적인 (미국의) 봉쇄조치를 깨트린 것”이라며 “인민들의 연대가 영원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가 지난 3월에만 디젤 등 총 79만7,000배럴 분량의 석유제품을 쿠바에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은 이번 휘발유 수송에 별다른 물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은 전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베네수엘라 국민은 소외당한 국가 사이의 값비싼 거래 대신 민주주의와 경제 회복을 위한 자유롭고 공정한 대통령 선거가 필요하다”고 논평했지만 추가 제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란의 이번 휘발유 수송이 베네수엘라의 연료난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수송된 휘발유는 베네수엘라의 2, 3주 분량 수요에 그친다”고 보도했다. 프란시스코 모날디 휴스턴대 교수는 NYT에 “이란은 베네수엘라에 안정적으로 휘발유를 공급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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