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의대 학생이 유기 동물을 구조해서 함께 지내는 일상을 소재로 한 ‘갑수목장’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동물학대 및 사기혐의로 고발당했다. 고발 내용은 구조한 것으로 알려진 유기동물이 사실은 유투버인 ‘갑수’씨가 돈을 주고 사 온 동물들이었다는 것과 영상 연출을 위해 고양이들을 일부러 굶기거나, 집어던지는 등의 학대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고발 이후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고, 해당 학생들을 제적시켜 달라는 청원 글은 6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서 해당 대학은 진상조사에 나섰고 현행법이나 교칙을 위반한 게 밝혀지면 징계를 권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수씨는 조작은 맞지만 학대는 아닌데 왜 청원까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수 있다. 비난의 이유를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
조회 수가 잘 나오면 그만인 유튜버의 조회 수 만능주의는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심쿵사를 유발하는 귀엽고 어린 개, 고양이들을 앞세워 구독자와 조회 수를 늘리다가 그 동물이 커져서 시들해지면 새로운 어린 동물을 데려오는 식의 구성은 흔하다. 또, 원하는 장면을 얻기 위해 상황을 연출하고, 동물들에게 반복적으로 억지 행동을 요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편적인 영상들을 짜깁기해서 억지 구성을 만들기도 한다. 짜증나지만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갑수씨가 ‘예비 수의사’였던 것이 청원까지 이어진 이유다. 운영자 두 명은 수의대 본과 3학년이다. 제보에 따르면 이들의 최종 목표가 유기 동물을 돌보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현재는 돈을 벌고 졸업 후에는 대형 동물병원을 개원하는 거라 했다. ‘동물을 너무 사랑하면 돈이 안 된다’ 고 말했다 한다. 이런 그가 일반인이 아니라 ‘예비 수의사’인 게 분노의 포인트다.
또, 해명 글에서 “굶기거나 모질게 대했다면 영상 내내 고양이들이 자신을 따르는 모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는데 고양이들이 애옹애옹 울면서 졸졸 따라다니며 따랐던 이유가 자신이 굶긴 불안정한 식사 패턴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은 모르는 듯 하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안정적인 유대감이 어떤건 지 아직 잘 모르는 건 아닐까.
그리고, 영리한 빅픽처를 꿈꾼 본과 3학년인 갑수씨는 모른다. 수의사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 말이 통하지 않으니 오감을 다 동원해서 환자를 관찰해야 하는 집중을 모른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진료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고개는 절로 숙여짐을 모른다. 혹여 내가 부족해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못해 주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함을 모른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도 모른다. 동물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보호자를 만나면서 아픈 동물을 앉혀 두고 진단과 치료를 위해 보호자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모른다. 방치된 상태로 오는 동물을 보며 보호자가 원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때 오는 무력감을 모른다. 사람이 싫어지는 서운한 순간을 모른다. 모든 아이를 다 낫게 해 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때 오는 좌절감을 모른다. 꼭 살리고 싶은 아이를 떠나보낼 때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고통도 모른다. 밤낮없이 응급 전화를 받으며 선잠을 자는 수많은 동물병원 수의사의 생활을 모른다. 큰 병원을 차린대도 그 병원이 유지되려면 갑수씨는 저렇게 살아야 한다. 그걸 모른다.
처벌이나 징계는 구독자들과 해당 학교에서 해 주리라 생각한다. 다만 갑수씨가 생각하는 삶을 살고 있는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하자면, 원하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임상 수의사 대신 새로운 직업을 생각하길 바란다. 임상보다는 유튜브 제작에 소질이 있는 것 같으니 영상 제작 쪽이 더 전망 있을 것도 같다. 진심 어린 충고다. 동물을 사랑하지 않으면 수의사 하지 마라. 그전에 먼저 동물을 아껴주는 보호자가 되길 바란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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