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인 폐지, 알 권리 제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부당하게 합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26일 검찰 출석 장면은 외부에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이 이 부회장 소환 사실과 소환 장면 등 조사 과정을 비공개에 부친 근거는 ‘사건관계인의 출석 일시 등 출석 정보를 공개해선 안 된다’는 형사사건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과 관련해 주요 사건관계인 소환조사는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 제28조에 따라 출석 정보의 사전 공개, 촬영ㆍ녹화ㆍ중계방송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석 사실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던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검찰청사를 나가는 시각도 비밀에 부쳤다.
대기업 총수가 회사의 부정행위나 개인 비리 등에 연루돼 조사를 받을 때는 수사기관 앞의 취재 경계선인 ‘포토라인’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최근까지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이 시행되면서 이 부회장도 이 규정에서 보장한 ‘피의자 인권 보호 원칙’의 수혜자가 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자체 개혁의 일환으로 참고인,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 제정을 추진했다. 이후 조 전 장관 가족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법조계와 언론계 일각에서는 포토라인 폐지가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박사방’을 통해 성착취물을 제작ㆍ배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주빈(24)도 3월 25일 검찰로 송치됐으나, 서울중앙지검 앞에 포토라인이 세워지진 않았다. 다만 경찰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동종 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고,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조주빈의 얼굴을 공개했다.
이 부회장의 출석 장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그룹 부당 승계 사건 수사 과정은 규정에 따라 일부 공개될 수도 있다.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 제9조에 따르면 언론의 요청이 있는 등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사건의 경우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예외적으로 수사 상황을 공개할 수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면 규정에 따라 수사 상황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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