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 12년 만 최저… “정세 불안 시장 반영” 반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에서 촉발된 미중 갈등이 무역, 안보, 홍콩 문제에 이어 ‘환율 전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하하면서 미국에 다양한 카드로 맞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5일 달러 대비 위안화 고시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0270위안(0.38%) 오른 7.1209위안에 고시했다. 달러 대비 환율 상승은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뜻이다. 이날 위안화 가치는 글로벌 위기 당시인 2008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며, 절하 폭은 4월 16일 이후 가장 컸다.
때문에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전선이 확대된 미중 대립 국면 속에 중국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환율 수단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달러 대비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는 통상 위안화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8월 미중 무역전쟁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포치가 성사되자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다행히 올 초 1단계 무역합의로 위안화 환율은 다시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내려갔지만, 최근 양국 갈등이 심화하면서 포치가 재현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날 평가절하는 불안한 홍콩 정세가 시장에 반영된 것일 뿐, 본격적인 환율전쟁으로 확대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인민은행이 홍콩 보안법 초안이 공개된 이후 시장의 위안화 약세 흐름을 반영해 고시환율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의 재정적자 악화가 예상되는 것도 위안화 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앞서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 보고에서 기존 2.8%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6%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미여서 시장에는 중국의 재정 상황이 나빠질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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