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뉴이스트ㆍ세븐틴 등이 소속된 기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가 됐다. 빅히트와 플레디스의 지난해 매출을 합하면 가요계 최대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비슷한 규모가 된다. 이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업계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빅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빅히트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며 “플레디스가 빅히트 진영에 합류함에 따라 빅히트의 멀티 레이블 체제는 더욱 강력한 아티스트 라인업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빅히트에는 방탄소년단과 신인 남성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소속돼 있다. 손담비와 애프터스쿨 등을 배출한 플레디스는 국내외 팬덤이 두터운 남성 그룹 뉴이스트와 세븐틴 등의 소속사다. 빅히트는 “(두 기획사가) 한 지붕 아래에서 뭉치게 되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수준의 남성그룹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빅히트는 산하에 IP(지식재산권) 사업을 담당하는 빅히트 IP, 공연 및 콘텐츠 제작을 하는 빅히트 쓰리식스티(360),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와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을 운영하는 비엔엑스(beNX) 등을 두고 있다. 지난 3월 플레디스 소속 세븐틴이 빅히트가 운영하는 위버스에 입점하면서 두 회사의 제휴가 가시화하기도 했다. 빅히트에 따르면 플레디스는 이번 인수 후에도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빅히트는 이밖에도 지난해 여성그룹 여자친구가 소속된 쏘스뮤직을 인수하면서 한 지붕 아래 여러 레이블을 운영하는 ‘멀티 레이블’ 구조를 강화하고, 음악게임 전문회사 수퍼브를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쏟아왔다. 또 SM엔터테인먼트에서 독특한 비주얼과 브랜딩 전략을 선보였던 민희진 전 이사를 지난해 브랜드 총괄(Chief Brand Officer)로 영입했다.
빅히트는 “플레디스의 합류는 멀티 레이블의 지속적인 확장과 전문 사업 영역의 고도화를 통해 시너지 창출을 추구하는 빅히트 기업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희진 CBO 영입에 이어, K팝 최고 창작자 중 한 명인 한성수 플레디스 대표까지 합류시키면서, K팝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리더 그룹을 갖추게 됐다”고 자평했다.
이번 합병으로 빅히트는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의 아성을 넘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는 6,578억원의 매출(연결 기준)을 기록했고, 빅히트는 5,872억원을 나타냈다. 플레디스의 지난해 매출은 805억원이다.
지난해 빅히트의 영업이익은 987억원으로 가요계 3대 기획사로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404억원)ㆍJYP엔터테인먼트(435억원)ㆍYG엔터테인먼트(20억원)가 공시한 지난해 영업이익을 모두 합한 수치(약 859억원)보다 많았다. 플레디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97억원이다.
가수 보아의 매니저 등을 지내고 2007년 플레디스를 설립한 한성수 대표는 “플레디스 소속 아티스트와 구성원 모두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플레디스의 크리에이티브와 빅히트의 장점들이 만나 보여주게 될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빅히트 방시혁 의장은 “앞으로 빅히트와 플레디스는 음악으로 공감하고, 함께 성장하며, 서로 간에 큰 시너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빅히트가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고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것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지나치게 방탄소년단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빅히트의 플레디스 인수 시 “현재 90%를 초과한 방탄소년단 의존도가 75%까지 유의미하게 즉각 감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빅히트는 최근 상장 주관사단을 꾸리고 기업공개 추진을 본격화했다. 방시혁 대표를 이사회 의장 겸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최고경영진 개편을 통해 리더십 체제도 정비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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